[현장기자-이사야] 한기총, 행사비 절약 1억 기부

입력 2016-02-03 20:55 수정 2016-02-04 00:56

2일 열린 21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취임예배는 여느 때와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장소의 변화였다. 이전에는 주로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해 왔지만 이번에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대강당에서 취임감사예배를 드리고 지하식당에서 오찬을 가졌다. 예배의 은혜는 깊고, 의식은 검소했다.

때문에 예산이 대폭 절감됐다. 한기총 관계자에 따르면 참석자 수를 700명으로 가정하고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행사를 할 경우, 식사와 선물을 제공하고 장소를 대여하는 데 약 1억원이 든다.

장소를 바꾸자 비용이 10분의 1로 줄었다. 검소한 행사가 가능했던 것은 연임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대표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절약한 예산으로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지원코자 했던 것이다.

한기총은 취임 행사 직후 경찰청과 업무제휴(MOU)를 맺고 우리 사회 안전을 지키다 희생 또는 부상당한 경찰 자녀를 위한 장학금으로 절약 비용 등을 포함해 1억원을 조성해 전달할 계획이다.

교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신뢰운동본부장인 조성돈(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비신자들이 기독교인에게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검소함과 청빈”이라며 “초기 한국교회의 상징 중 하나가 ‘절제운동’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기총이 검소하게 대표회장 취임행사를 치른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간 허례허식의 탈피와 절제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교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경우 지난해 교단지인 기독공보를 통해 ‘묵은 악습 버리기’ 캠페인을 펼쳤다. 여기에는 잦은 호텔모임, 금권선거, 자리다툼, 교회분쟁, 불필요한 회의비지출, 무리한 교회건축 등이 포함돼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자발적 불편운동을 전개하며 교회 공간 개방하기, 주일에 대중교통 이용하기, 장애인의 교회 접근성 높이기 등을 강조했다.

이 대표회장은 올해 중점과업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소외된 이웃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일단 그 첫 단추가 바르게 끼워졌다. 한국교회의 대표 연합기관을 표방하는 한기총이 앞장서서 크리스천들의 절제와 나눔을 이끌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