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을 앞두고 ‘진박’(眞朴·진실한 친박)과 ‘야박’(野朴·야당으로 온 친박)이 선거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여당은 3일에도 진박 마케팅 논란이 계속된 가운데 야당에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친박 인사들이 대거 영입돼 선거전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총선 키워드가 ‘박근혜’가 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적지 않다.
야당에선 최근 ‘야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선대위원장까지 겸하고 있다. 여기에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더민주에 합류, 출마 지역을 물색 중이다. 박근혜 캠프에서 보건복지 공약을 만든 양봉민 서울대 교수도 지난달 22일 더민주에 입당했다.
‘중도 개혁’을 내건 국민의당도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를 영입했다. 이 교수는 아직 직책을 맡지는 않았지만 총선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은 2012년 대선 키워드였던 ‘경제민주화’로 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고, 조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인사 검증 등을 맡았다. 하지만 정권 출범 이후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견해차로 박 대통령과 멀어졌다. 조 전 비서관도 청와대에 타격을 줬던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의 핵심 당사자다. 두 사람 모두 박 대통령과 관련된 강력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더민주는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앞세울 태세다. 박영선 비대위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경제 무능과 대통령의 공약 파기에 국민이 아파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약속, 선거 공약이 얼마나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으면 박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두 분이 야당 총선을 돕겠다고 나섰겠느냐”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과 이 교수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에서는 진박 마케팅이 점입가경이다. 경제부총리를 마치고 당으로 복귀한 최경환 의원이 연일 ‘진박 후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진박 진영이 선거전을 휘저으면서 비박계에서도 불만이 표출될 조짐이다. 여당 안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바탕으로 계파 간의 전선이 그어지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이 총선 전면에 부각될 경우 여야 모두 ‘손익계산’이 간단치 않다. 여권에서는 진박 후보들이 예상외로 진박 마케팅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데다 계파 갈등만 일으킨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박민식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한구 의원 발언을 인용하며 “(진박은) 친박도 아니고 오히려 용박이다. 박 대통령 이름을 이용해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도 ‘야박’ 인사들을 ‘정부 심판론’으로만 활용할 경우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야권이 박근혜정부에 대한 세밀한 정책 비판 없이 반박(반박근혜) 정서에만 기댄다면 오히려 보수층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 등 여권 출신 인사들을 ‘박근혜 저격수’로 사용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현 정부 출범 이후 재·보궐 선거마다 야당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세월호 침몰 등 ‘심판론’을 주요 선거 의제로 꺼냈지만 연전연패했다.
또 이번 총선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비토’로 치러질 경우 정당 간 정책과 비전 경쟁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與도 野도 ‘朴’ 마케팅… 박근혜 선거되나] 眞박 vs 野박, 어디가 大박?
입력 2016-02-04 02:00 수정 2016-02-0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