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다시 급락… 글로벌 증시 일제히 약세

입력 2016-02-03 22:18

최악의 1월을 보낸 국내외 주식시장이 2월 들어서도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오르나 싶던 국제유가가 다시 급락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93포인트(0.84%) 떨어진 1890.67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도 공세로 장중 1880선이 위태롭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0.57%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토픽스지수는 모두 3.15% 급락했다. 호주 ASX200지수는 2.33%, 대만 가권지수는 0.8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38% 내렸다.

아시아 증시의 동반 약세는 유가 급락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탓이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기대로 지난달 말까지 4일 연속 오르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이달 들어 감산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이틀 연속 급락했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3월 인도분은 5.5% 내린 배럴당 29.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다시 30달러 아래로 주저앉으면서 전날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도 하락했다.

외환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11.9원 급등한 달러당 1219.3원으로 마감했다. 2010년 6월 15일 1227.70원 이후 5년8개월 만에 최고치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마크 스미스 선임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선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세계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안 좋다는 인식이 늘고 있으며, 각국 중앙은행이 유가 폭락에서 비롯되는 디플레이션과 싸우는 데 실패할 것이란 전망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 악재뿐 아니라 기업들의 실적 부진도 국내 증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일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주요 상장사 75곳 중 38곳(50.7%)이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실제 영업이익이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보다 10% 이상 낮으면 어닝 쇼크로 분류된다. 철강·자동차·IT(정보기술) 등 대표 수출기업들도 어닝 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포스코의 경우 시장 전망치 5125억원보다 33.6%나 낮은 340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어닝 쇼크 수준은 아니지만 전망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현대증권 윤정선 연구원은 “중국 성장률 둔화, 조선·철강 등 기간산업 업황 둔화 등으로 올해 경제 상황이 지난해보다 어둡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