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복지제한” EU, 캐머런 잔류조건 수용

입력 2016-02-03 22:13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여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제시한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면서 “영국의 EU 잔류를 원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EU 탈퇴를 원하는 영국 내 보수당 강경파와의 만만찮은 싸움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2일(현지시간) EU 측이 이주민 복지혜택 제한 등을 포함한 영국의 요구 조건을 대폭 수용한 합의 초안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영국과 EU의 합의안은 오는 18∼1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28개 회원국이 동의할 경우 효력을 얻게 된다.

캐머런 총리는 EU 측에 이주민 복지혜택 제한, EU 제정 법률 거부권, 비(非)유로존 국가의 유로존 시장 접근 보장 등을 요구했다. EU는 영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주민에 대해 4년간 복지 혜택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EU 회원국 55% 이상의 의회가 EU 제정 법률을 전면 거부하거나 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을 가지고 EU 탈퇴를 원하는 영국 내 강경론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머런 총리는 EU의 제안이 영국을 EU에 남을 수 있게 하는 성공적인 플랫폼을 제시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적대적인 회의론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거친 싸움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한 영국 정부 관계자는 FT에 “이주민 복지혜택 중단은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극우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당수는 합의안에 대해 “기다릴 가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주민 복지혜택 제한에 대해 폴란드 등 동유럽권 국가들이 동의할지도 불투명하다. 이주민 복지혜택 제한이 실행되면 영국 내 수십만명의 이주민이 차별 대우를 받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오는 6월 브렉시트를 놓고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