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막자”… 서울 지자체 팔 걷었다

입력 2016-02-03 21:53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파리바케트 앞에 새벽부터 건장한 용역들이 몰려들었다. 일방적으로 ‘나가라’는 임대인의 통보에 임차인은 권리 양도·양수를 주장하며 임차상인들과 함께 용역들의 강제 퇴거에 맞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용역들은 가게에 사람이 있는데도 무거운 쇠망치로 외벽을 내리치며 작업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처럼 구도심의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나 임차상인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여전히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에 자치구들이 상생협약 체결 등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1동 1명소 조성사업으로 인한 지역 활성화와 안정적인 상권유지를 위해 주민협의체를 구성, 건물주·상인·구청 3자간 상생협약 체결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이를 위해 상생협약 표준안을 만들었다. 건물주는 임대기간 동안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고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호하는 대신, 임차인은 가격정찰제, 보도상 물건 적치금지 등 합법적인 영업활동과 깨끗한 조성환경 조성에 협력한다. 중구청은 환경 개선사업, 상인역량 강화 사업 등으로 상권 활성화를 지원한다.

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올해 1월 신설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전담기구 지속가능도시추진단 직원 20명이 성수1가2동에 있는 상가의 관외 건물주 128명과 임차인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있다. 임대료 상승을 자제하고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다. 성동구는 앞서 지난해 11월 구청 간부 48명과 건물주 127명을 매칭해 56개 건물주와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서울 용산구(구청장 성장현) 관내 공인중개사 100여명은 지난달 29일 구청에 모여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자정결의대회를 열었다. 임대차를 주선하는 중개사들이 상가 임대료·권리금 상승 담합행위나 이를 부추기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상생협약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자율협약이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주요 건의내용은 임대차 존속기간 10년으로 연장, 임대료 인상율 지방자치단체 조례 위임, 임차인 퇴거보상제도 도입 등이다. 아울러 시도지사가 지역상생발전구역을 지정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특별법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참여연대 홍정훈 간사는 “임차상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늘리고 임대인이 재건축 등으로 임차인에게 퇴거를 요구할 때 보상해주는 제도 등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된 내용”이라며 “우리나라도 조속히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