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가 밀린 월급 750만원을 주지 않는다며 한 노동자가 지난달 25일 자살 소동을 벌였다. 임금 체불에 화가 난 일용직 노동자는 분신을 시도해 무고한 직원 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즐거운 설 연휴를 앞두고 임금 체불로 고통받는 노동자 수가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다. 지난해 발생한 임금 체불 근로자는 29만5677명, 체불 규모는 1조2993억원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2011년의 27만8000명, 1조874억원에서 각각 6.3%와 19.5% 증가한 수치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명단 공개, 반복적 악덕 체불 사업주에 대한 구속 건수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2월에는 4개월 이상 임금 체불 사업에 대해 체불액만큼의 부가금을 근로자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고쳐 국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이 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렇지만 백약이 무효다. 근로감독 현장에서는 ‘줄 돈이 없다’고 버티는 사업주에게 감독관이 체불 금액을 깎아서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공인노무사들에 따르면 몇 년 전 신설된 ‘반의사불벌’ 조항 탓에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는 임금을 빨리 받으려는 조바심에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할 수밖에 없다. 느긋한 사업주는 이미 발생한 임금 포기를 기다릴 뿐이다. 밀린 임금을 오롯이 받기도 어려운 노동자가 부가금까지 청구하겠는가. 따라서 ‘반의사불벌’ 조항은 폐지해야 한다.
체불이 줄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수천만원의 임금을 체불해도 100만∼200만원의 벌금에 그치는 등 범법 이득이 제재의 불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또 체불 임금 일부만 주더라도 근로자와 합의만 하면 처벌받지 않으니 밑져도 본전이 아니라 이득이다. 그래서 장기 체불 사업주도 숱하다. 고용부가 파악한 3년 이상 임금 체불 사업체만 783곳이고, 20억원이 넘는 금액을 체불한 업체도 있다.
정부는 4∼6개월 이상 고의 체불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업 인가를 취소하는 대안을 한시적으로 도입할 것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운용자금은 있는데도 임금을 장기간 안 주는 사업장은 더 존속할 가치가 없다. 체불 노동자와 그 가구의 고통도 그렇지만, 근로감독 행정력 낭비 또한 작은 문제가 아니다.
[사설] 체불임금 악순환 벗어나려면 특단의 조치 있어야
입력 2016-02-03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