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감 스포츠] 감독의 언행은 천금처럼 무거워야

입력 2016-02-03 17:49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져 침울한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치르기도 전 스페인-아일랜드 16강전을 관전한다. 8강전에서 만날지 모를 두 팀 간 경기를 미리 살펴본 것이다. 이 소식은 곧 선수들에게 들어갔다. “감독은 16강전이 아니라 그 이후를 보고 있구나.”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에게 준 메시지는 이처럼 엄중하고 단호했다. 이렇듯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은 선수들에게 즉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스마트폰이 보편화돼 있는 요즘은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만큼 감독의 발언은 천금처럼 무거워야 한다.

최근 카타르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전을 겸한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의 언행은 히딩크 감독과 사뭇 달랐다. 그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이기면 한복을 입고 시상식에 가겠다고 했다. 한복 얘기를 꺼냄으로써 어린 선수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실제 결승전에서도 2-0으로 이기고 있을 때 평소 같으면 수비전술로 돌아섰겠지만 스스로 들떠 공격을 독려했고 팀은 역전패했다. 그는 리우올림픽에도 한복을 가져갈 거냐는 질문에 “이젠 자중해야죠”라며 냉정한 승부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