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 맞춰 ‘도발’ 통보… 노골적 美 겨냥

입력 2016-02-03 22:29

북한이 국제기구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한 사실이 알려진 건 2일 오후 11시쯤이다. 동북아 지역은 깊은 밤이었지만, 미국 동부에선 오전 출근시간이었다. 이번 도발이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임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에선 1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대선 레이스가 본격 가동된 상황이다. 대선 경선 국면에서 북한 문제를 쟁점화하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모토로 그동안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 정계에 ‘대북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을 유발하겠다는 의도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북한이 통보한 미사일 발사 시기인 8∼25일 사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이 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쏘아 올리겠다는 ‘위성’의 명칭이 ‘광명성’인 데다 김 위원장 생일의 별칭도 ‘광명성절’인 점에서 이날 발사를 감행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북한이 기념일에 맞춰 전략적 도발을 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생일 당일보단 그 수일 전을 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북한은 2006년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하루 전에 1차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2009년에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 열흘 전 ‘은하 2호’를 발사했다. 2013년 3차 핵실험(2월 12일)은 김 위원장 생일 나흘 전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도 변수다. 북한은 그동안 미사일 발사 후 안보리 제재가 도출되면 이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핵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핵실험을 먼저 실시해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역시 같은 패턴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제재 결의안은 설 연휴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보다 수일 후에 이뤄질 수 있다.

발사 시기 예측 자체가 의미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사일 발사는 국제정세와 무관하게 오로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의지’에만 달렸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고자 전혀 예상 못한 시기를 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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