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응답은 하나님이십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에 등장하는 모든 연기자가 시청자에게 골고루 사랑을 받았지만 특히 마음을 짠하게 했던 배우가 있다. 선영 역할의 배우 김선영(40). 쌍문동 골목길 3인방 아줌마 중 막내 역을 맡았다. 홀로 아들 선우(고경표 분)와 딸 진주(김설)를 키우는 고단함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1995년 연극무대에 서기 시작해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의 기도에 하나님께서 ‘인생작’을 만나게 응답하셨다.
김선영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연기를 하며 늘 ‘하나님,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며 “다방면에서 무슨 일을 하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1년 동안 쌓았던 작품과 역할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듯했다.
그가 오랜 무명의 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것은 곁에서 늘 기도로 응원해준 부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버지의 기도에 힘을 얻었다고 했다.
“연극한다고 집에 늦게 들어가면 아버지가 싫어하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많이 좋아하세요. 특히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세요. 아버지에게 드라마 속 대사가 이러이러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면 그 대사를 놓고 구체적인 기도를 해주시는 분입니다. 많이 감사하죠.”
김선영은 부모 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엄마 아빠를 모시고 여행을 가고 싶다”며 “효도를 해야 해. 사람은 효도를 해야 해”라고 혼잣말 하듯 했다. 그동안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기보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드라마 속 진주와 동갑인 여섯 살 딸의 육아는 그의 어머니가 돕고 있다. 마치 응팔에서 어려운 형편을 친정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 쌀을 빌려오고, 연탄도 채워놓는 선영의 모습과 겹친다. 이렇듯 친정 부모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메어진다.
촬영이 없을 때 김선영은 어린 딸의 엄마로, 아내로 보낸다. 육아와 가사 노동에 여느 엄마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주일에는 서울 한남동 한광교회에서 청년부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김선영은 유엔난민기구와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에도 매달 기부를 한다. “사람을 돕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기부한 돈이 많지 않지만 꾸준히 선행을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조경이 기자·사진 서영희 기자 rookeroo@kmib.co.kr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선우 엄마 역 김선영 “기도에 의지한 연기자 길 하나님이 응답 주셨죠”
입력 2016-02-03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