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때마다 표면적으로는 우주발사체(인공위성)를 발사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도 북한은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잇따라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 하지만 한·미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북한이 노리는 목표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확보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인공위성과 ICBM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미사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체와 추진기관, 유도조정장치 등 핵심 기술은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로켓 상단에 장착하는 물체가 위성체이냐 탄두냐 하는 점이다.
우주 발사체는 대기권을 벗어나 위성에 궤도를 올리는 게 주목적이다. 대기권을 벗어나는 지구 중력장 이탈과 궤도 수정 등을 위해 추진력이 상당히 강해야 한다. 원료는 액체를 사용할 때도 있고 고체연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ICBM은 이보다 추진력이 더 강해야 한다. 특정 목표물 타격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 5500㎞ 이상 비행할 수 있는 비행능력에다 재진입체 기술 확보가 핵심적인 사안이다. 대기권 재진입 시 미사일 속도에 따라 엄청난 고열이 발생하는데 이 고열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대기권 진입 전 폭발하거나 계획된 궤도에서 이탈하게 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5차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단 위성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기술은 성공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998년 1차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 인공위성 광명성 1호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009년에도 북한은 광명성 2호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서방에서는 실패라고 판단했다. 2012년 12월 북한은 5번째 시험발사에서 광명성 3호를 위성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위성으로서 작동하려면 최소한 무게가 500㎏ 이상이어야 하는데 100㎏밖에 되지 않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은 단분리 및 자세제어 기술 등은 확보한 상태로 평가된다. 그러나 ICBM의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ICBM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열은 4000∼5000도나 된다.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음속의 20배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ICBM은 마찰열까지 포함해 무려 6000∼7000도를 견뎌내야 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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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인공위성”이라지만 사실은 ICBM 확보 위한 실험
입력 2016-02-0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