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민근] 저성장 해법, 지역 R&D에서 찾는다

입력 2016-02-03 17:47

새해부터 곳곳에서 경제 위기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진앙은 중국이다. 위안화의 가치가 추락하고 증시가 폭락했으며 경제 성장률은 25년 만에 7% 이하로 떨어졌다. 우리 경제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에 불과하다. 2012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냉정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저성장 흐름에서 한국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됐다. 중국 경제의 둔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신흥국 경제 불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호재는 찾기 어렵고 여기저기서 악재만 쉽게 눈에 띈다.

국가 연구·개발(R&D) 정책도 이러한 대내외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정부는 저성장 기조 속에서 국가 경제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동력으로 R&D 혁신에 주목했다.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성장 가능성이 큰 핵심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이를 통해 안전, 재난, 원천기술 등 국가적 어젠다를 해결하고 바이오, 무인항공, 나노, 우주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국가 R&D 혁신과 함께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지역 R&D 혁신이다. 중앙정부 주도에서 탈피해 지역의 R&D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창조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지역발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역 수요를 반영한 특성화된 지역 주도의 R&D 투자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기존의 ‘정부 주도-지역 참여’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지역 주도-정부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지역 R&D 혁신은 이미 여러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소기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수도권과 대전을 제외한 지역 국가 R&D사업비 총액은 2007년 2조5000억원에서 2011년에는 3조9500억원으로 늘었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중앙정부의 지역 R&D 사업을 수행하는 거점기관도 2007년 170개에서 2012년 289개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전국 10개 시·도에 설립된 지방과학기술진흥센터도 지역 내 거점기관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인프라 구축과 함께 성공적인 지역 R&D 혁신에서 필요한 것은 지역의 우수 연구인력 양성과 지역 산업체의 기술경쟁력 강화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역혁신창의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지방대학과 지역 산업체의 공동기술과제 수행을 지원해 지역 맞춤형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체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시에 대학의 기술정보·인력을 활용해 지역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해결책을 제공하는 R&SD(사회 문제 해결 중심의 연구개발) 사업도 펼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와 국내 저성장 기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R&D에서 나온다. 결국, 국가와 지역 R&D 정책의 혁신은 한국 경제발전의 뿌리이자 버팀목이며 지역의 우수 연구 인력은 이것을 끌어낼 수 있는 자양분인 셈이다. 지역 우수 연구인력 양성-지역 R&D 혁신-국가 경제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이다.

정민근 한국연구재단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