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까지 2일 국제기구에 통보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현재 논의 중인 대북 제재 결의에 조금도 개의치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알린 위성 발사 일자는 오는 8∼25일 사이다. 이를 미뤄볼 때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이 도출된 직후 ‘항의’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미사일 발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춘제(春節) 이후로 미루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 정부 또한 설 연휴 이전에는 결과가 나오기 힘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인공위성 이름을 ‘광명성’으로 통보한 점을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인 2월 16일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위성 발사 통보는 미국 대선 첫 출발점인 아이오와 코커스 개최일에 맞춘 것으로도 보인다.
일단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국제사회의 더 큰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유엔 안보리는 이미 북한이 2006년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미사일 2호’를 발사하자 열흘 만에 결의안 제1695호를 채택한 바 있다. 이후 2009년과 2012년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잇달아 실시하면서 결의안 1874호와 2087호가 잇달아 채택됐다.
다만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의 제재에 북한은 ‘면역’ 상태며, 북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양자 제재를 둘러싸고는 한·미·일과 중·러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2013년 이후 북한이 별다른 전략적 도발을 하지 않는 동안 국제사회가 ‘북핵 불용’ 원칙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난달 핵실험 이후 도리어 미·중·러 등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갈등 구도만 더욱 부각됐다. 북한은 이런 정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특히 북한은 핵실험 이후 관영 매체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한반도 주변국들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기던 참이었다.
이에 따라 한·미·일은 가장 우려하던 대로 북한이 핵실험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추가 도발을 준비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지금까지의 제재 논의가 사실상 아무런 효력이 없었다는 점이 분명해짐에 따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논의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동시에 한·미·일 대 중·러의 대립 구도는 더욱 고착화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또한 북한이 최대의 ‘골칫거리’임이 재확인된 이상 향후 대응 방안을 두고 고심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2월 16일 김정일 생일 기념해 발사 가능성
입력 2016-02-03 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