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3조원대 원화계좌 투자 허용될 듯

입력 2016-02-03 01:11
이란이 한국의 원화 계좌에 묶여 있던 약 3조원대 자금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과 이란이 제재 기간 동안 무역거래에 사용해 온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원화 계좌를 자본거래에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일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란의 자본거래를 굳이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검토 뒤 곧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중앙은행 명의로 두 은행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자본은 약 3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거래가 허용되면 이란은 이 자금을 다른 계좌와 연동해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국내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이란이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주식·채권 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검토는 원화결제시스템을 유지해 이란과 교역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우리은행·기업은행 계좌는 2010년 9월 한국 정부가 서방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만든 일종의 우회 결제 통로다. 국내 기업은 원유 등을 수입하면서 대금을 이 계좌에 입금했고, 이란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물품 대금을 이 계좌에서 인출해 갔다. 자본투자는 금지됐다. 이란이 계좌의 돈을 운용하는 게 금지된 일종의 ‘가압류 통장’이었다. 이 계좌는 사실상 동결 계좌이기 때문에 이자가 낮아 이란 측의 불만이 컸다. 원화는 달러화를 통해 다른 화폐로 바꾸는 게 가능한데, 이란은 달러화 결제가 금지돼 있어 국내 계좌 자금을 인출해도 의미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계좌에 묶여 있던 자금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자본거래 허용이었던 것이다. 최근 유가 급락으로 재정난에 빠진 산유국들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가는 것도 이란 자금 거래 허용검토 배경으로 보인다.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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