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샌더스 바람’ 입증… 공화 ‘3파전 구도’ 예고

입력 2016-02-02 22:23 수정 2016-02-03 01:17
미 대선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끝난 2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공화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하고도 첫 대결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일격을 맞은 뒤 코커스 단상을 쓸쓸히 떠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 AP로이터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불안한 승리’를 챙겼고, 도널드 트럼프의 ‘신기루’는 깨졌다. 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결과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의 대선구도는 클린턴-샌더스 2파전으로, 공화당의 구도는 크루즈-트럼프-루비오 3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클린턴 ‘안도의 한숨’, 샌더스 ‘함박웃음’=민주당 유력 후보 클린턴 전 장관은 1일 밤(현지시간) 승리가 확실시되자 지지자들 앞에 나타나 “믿을 수 없는 밤이며 믿을 수 없는 명예”라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은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과 사실상 비겼다면서 ‘샌더스 바람’의 폭발력이 입증됐다는 분석에 더 무게를 실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날 밤 샌더스 의원의 연설에서 잘 드러났다. 샌더스는 “아이오와 주민들이 미국의 정치·경제 기득권, 언론 기득권 세력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정치 혁명이 시작됐다”고 열변을 토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조직도 없었던 이곳에서 선거운동 시작 9개월 만에 억만장자와 기성 정치권력, 월가 금융자본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클린턴 후보를 ‘사실상 이겼다’는 것이다.

실제 오는 9일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현재로서는 샌더스 의원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뉴햄프셔에 인접한 버몬트주 출신인 샌더스 의원은 지지율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 20% 포인트 이상 앞서 있다. 뉴햄프셔주는 샌더스 의원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만일 클린턴 전 장관이 뉴햄프셔에서 샌더스 의원에게 큰 격차로 역전을 허용한다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거둔 승리의 효과는 반감되고 대세론도 순항한다고 보기 힘들다. ‘이메일 스캔들’이 다시 재발한 점도 클린턴 전 장관에게는 불안 요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점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 경선이 ‘장기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날 40개 코커스 장소에 입장한 16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전국선거합동취재단 조사 결과 ‘11월 본선 승리 가능성’은 77%가 클린턴을 꼽은 반면 샌더스라고 답한 응답자는 17%에 불과했다.

◇루비오, 다크호스로 등장=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코커스 결과 1위로 확정되자 첫 소감을 “위대한 아이오와를 하나님이 축복하실 것”이라며 “이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고 말했다. 자신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크루즈 의원의 승리는 무엇보다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트럼프의 상승 행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역대 아이오와주 공화당 코커스에 영향을 미쳐온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파워를 다시 보여줬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불패’로 여겨져 온 트럼프가 가진 약점과 한계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공화당의 또 다른 이변은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선전이다. 비록 3위에 그쳤지만 23.1%의 득표율로 3파전에 가세한 루비오 의원은 향후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후보들 중 가장 먼저 지지자들에게 소감을 밝힌 루비오 의원은 “반드시 대통령 후보가 돼서 통합된 보수주의 운동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점에서 향후 공화당 경선은 크루즈-트럼프-루비오 후보 등 3파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 의원은 공화당 내 강경보수 그룹인 ‘티파티’가 지지하는 반면, 젭 부시 후보가 사실상 뒤로 처진 상황에서 공화당 주류와 온건파들은 루비오 의원에 ‘풀 베팅’할 가능성이 높다. 루비오와 크루즈 후보는 미국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히스패닉(중남미계 주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루비오 의원은 쿠바계인 부친이 바텐더였다는 점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디모인(아이오와)=전석운 특파원

배병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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