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법관 인사 정책이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자리를 줄여나가겠다고 공언한 사법부는 올해 정기인사에서 17명을 고법부장으로 대거 승진시켰다.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를 전제로 대법원이 추진하는 1·2심 법관 이원화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2일 대전고법원장에 지대운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전보하는 등 고법부장급 이상 고위법관 107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유남석·이대경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광주고법원장과 특허법원장에 각각 보임됐다. 이종석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가 수원지법원장에 임명되는 등 13명의 고법부장이 지방법원장·가정법원장에 임명됐다. 평생법관제도에 따라 현직 법원장 9명은 고등법원으로 복귀했다. 조병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3명은 일선 고법에 신설된 조정총괄부에 배치됐다. 부임 날짜는 오는 11일이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법부장 승진자는 17명이다. 사법연수원 21기에서 김재호 평택지원장이 ‘막차’를 탔다. 연수원 22기와 23기에서 각각 7명, 9명이 승진했다. 이를 두고 대법원이 고법부장 승진제도 폐지를 뒤집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대법원은 2010년 대법원장 인사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외부 지적에 1·2심 법관 이원화제도 시행을 약속했다. ‘지법부장→고법부장’ 승진 고리를 없애 인사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취지였다. 1·2심 법관 인사를 완전히 분리해 심급마다 법관의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대법원은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 시점을 2017년으로 잡았다. 그때까지 승진자 수를 점차 줄여나가기로 했다. 2014년 15명, 2015년 12명으로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이번에 역전됐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지난해 9월 내부전산망에 올린 글에서 고법부장 승진제의 유지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결국 관리자인 대법원 입장에서 인사권을 내놓고 싶지 않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大法 고위 법관 107명 인사… 대전고법원장 지대운·수원지법원장 이종석
입력 2016-02-02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