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수료 아끼고 금리우대까지 받을 수 있는 한마디 “나, 주거래 고객이야!”

입력 2016-02-03 20:25
서울 강남의 직장을 다니는 김모씨(38)는 지난 주말 자신이 거래하던 은행 자동화창구에서 돈을 뽑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해까지도 내지 않았던 수수료가 600원 붙어 나왔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의 자기 계좌에 현금을 입금할 때에도 7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이유는 월급이 들어오는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바꿨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급여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바꿨더니 바로 수수료가 부과됐다”며 “여전히 신용카드 결제금액이나 휴대폰 요금을 이 은행의 계좌에서 자동이체하고 있는데, 이리저리 계좌를 관리하느라 수수료를 내느니 차라리 거래를 한 곳으로 몰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은행의 수수료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 고객을 등급별로 나눠 수수료를 차별화한 것은 이미 오래됐지만, 등급 기준도 까다로워졌고 수수료 혜택도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동화기기에서 10만원이 넘는 돈을 이체할 때 부과하는 수수료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창구의 이체 수수료도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렸다.

다른 은행들도 이미 수수료를 올렸거나, 올리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27일 신년간담회에서 “저금리가 길어지면서 순이자 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라며 “은행이 경제의 혈류 역할을 하려면 수수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면제 받는 길도 좁아지고, 수수료 금액도 점점 오르고 있다.

그래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수수료를 내지 않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거래은행을 만드는 것이다. 직장인은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을 자신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은행에 만드는 것이 좋다. 직장인이 아니라도 은행의 주거래고객이 될 수 있다. 은행마다 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아파트 관리비나 카드결제대금, 연금 입금 등의 자동이체 거래를 하는 통장이 있으면 주거래 고객 자격 요건이 된다. 은행을 찾아가서 주거래 우대 통장을 개설한 뒤 아파트 관리비 등을 자동이체하도록 연결해두면 된다. 은행의 주거래고객이 되면 타행 이체 수수료는 물론이고 환전 수수료 절감, 대출·예금 금리 혜택까지도 받을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주거래은행을 2곳 이상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한 곳은 급여 통장, 다른 곳은 결제 통장으로 만들어 거래 실적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양쪽에서 누릴 수 있다. 이럴 경우 급여 일체 날짜와 각종 결제 날짜를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 점에 신경 써야 한다. 결제일을 놓쳐 이자를 더 물거나 신용도가 떨어지면 수수료를 아끼려다 더 큰 돈을 지출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요즘에는 고객 등급이 전산으로 관리돼 자동이체 실적이 1개월만 없어도 주거래 고객 혜택을 없애고 수수료를 꼬박꼬박 받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차라리 매달 결제하는 각종 요금이나 신용카드 결제 통장을 한 곳으로 몰아주는게 더 나을 수 있다. 이전에는 통장 거래내역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자신의 통장에서 결제되는 곳을 찾아 일일이 신용카드사나 통신사 등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결제 계좌 변경 신청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도 간단하게 바꿀 수 있다.

먼저 인터넷뱅킹에 필요한 공인인증서를 준비하고,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페이인포(payinfo.or.kr)’에 접속하면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자동결제 통장을 옮길 수 있다. 금융결제원에서 운영하는 자동이체 통합 관리 서비스 사이트다.

자동이체는 자동납부와 자동송금이 있는데, 아직은 자동납부만 이 곳에서 결제 계좌를 바꿀 수 있다. 적금이나 월세, 동창회비 등을 제외하고 각 회사가 요청해서 결제되는 보험료, 통신비, 아파트관리비, 신용카드 사용금액, 가스사용료 등이 자동납부에 해당된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으면 이달 26일부터 은행창구를 찾아가도 자동이체 계좌를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관리비 결제 계좌를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옮기고 싶으면 B은행만 가서 요청하면 된다.

스마트폰에 은행 앱을 까는 것도 기본이다. 공인인증서를 스마트폰에 옮기는 것이 조금 귀찮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이 스마트폰 거래에 혜택을 주고 있는데다 각종 이벤트도 많아 꼭 챙겨둘만 하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