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여당과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합의 처리 약속을 파기한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국민들께서는 여야가 서약까지 해놓은 입법을 하루아침에 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기가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는 대·중소기업 모두가 간절히 호소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지난 1월 29일 통과시키기로 합의까지 해놓고도 그 약속을 깼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회 처리를 강조했던 법안들을 거론하면서는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발목을 잡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기업과 개인의 미래를 가로막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21분간의 모두발언을 통해 법안 18개를 일일이 거명하면서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다. 기존에 호소하던 8개 법안 외에 법안 10개를 추가로 언급하며 국회 통과를 촉구한 것이다. 박 대통령 발언은 최근 수출 하락세 등 위기를 경제체질 변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우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과거 참여정부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세 차례나 발표했고, 보건의료 분야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도 적극 추진했다”며 “보건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게 자명한데도 근거 없는 이유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말 효력을 상실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해서도 “제때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기관 부실이 늘어나고 국가경제 전반에 커다란 충격은 물론 그 대가를 국민 모두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난해 8월 발의된 행정규제기본법에 대해선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도 아니고 정쟁의 대상이 아닌데도 2년째 국회에 묶여 있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자본시장법을 언급하면서는 “벤처·중소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이런 법을 통과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대부업법, 서민금융생활지원법 등의 국회 처리도 강도 높게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청년들의 간절한 절규와 부모세대의 눈물, 업계의 한숨이 매일 귓가에 커다랗게 울려 퍼져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지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마다 국민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칠 것이라 했던 말씀들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약속과 신뢰를 지키는 신의의 정치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입법촉구 서명운동에 대해서도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라면 국민의 간절한 부름에 지금이라도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64번째 생일을 맞아 황교안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들을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구조개혁 등 국정과제와 핵심법안 처리를 위해 애쓰는 국무위원들을 격려하고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병기 비서실장 등 참모진과 퓨전 한식으로 오찬을 했다. 박 대통령은 “구조개혁을 중단 없이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지난해 지구 네 바퀴 반을 돌았던 해외순방 강행군에 대한 소회 등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서약한 입법 하루아침에 깨… 국민들 기가 막힐 것”
입력 2016-02-02 22:06 수정 2016-02-03 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