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공연장은 열려 있다. 연휴 기간 하루도 빠짐없이 공연하거나 설날 당일만 쉬는 경우가 많다. 매년 비슷비슷한 TV 방송이나 평소 쉽게 볼 수 있는 영화 대신 그동안 생각만 하고 바빠서 지나쳤던 공연을 한 편 보면 어떨까. 2월 말이면 끝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을 비롯해 설 할인 혜택을 하는 공연이 많기 때문에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
◇스타 앞세운 스펙터클 뮤지컬=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공연을 선택할 때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단연 뮤지컬이다. ‘레베카’ ‘레미제라블’ ‘넥스트 투 노멀’ ‘프랑켄슈타인’ ‘오케피’ 등 음악과 춤이 드라마와 어우러진 인기작은 평소 공연을 안 봤던 이들도 금방 무대의 매력에 빠지게 만든다.
‘레베카’(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뮤지컬로는 드물게 로맨스와 서스펜스가 결합된 스토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대저택을 배경으로 아내 레베카의 의문사 이후 트라우마가 생긴 남자 막심 드 윈터, 그런 막심을 사랑해 새 아내가 된 윈터 부인 ‘나’, ‘나’를 쫓아내려는 집사 댄버스 부인 사이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시종 긴장감을 준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5연승을 차지한 캣츠걸 차지연을 필두로 류정한, 민영기, 신영숙, 장은아 등이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객석을 물들인다.
뮤지컬의 고전으로 꼽히는 ‘레미제라블’(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은 무대 세트를 업그레이드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게다가 정성화, 양준모, 김준현, 김우형, 조정은 등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배출한 뮤지컬 중 음악적 완성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 ‘넥스트 투 노멀’(두산아트센터)은 박칼린의 뮤지컬 데뷔작으로 유명하다. 이번 앙코르 무대에서 한층 완숙해진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뮤지컬 반주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소소한 일상을 연극적으로 그린 ‘오케피’(LG아트센터)는 국내에선 보기 드물었던 연극적인 뮤지컬이다. 한국 영화계 흥행 보증수표인 황정민이 출연하는 것은 물론 연출까지 맡았다. 오만석, 김재범, 윤공주, 최재웅, 서범석 등도 매력을 뽐낸다.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충무아트홀 대극장)은 유준상, 박건형, 전동석, 박은태, 한지상 등 화려한 캐스트를 앞세워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작품성과 재미 겸비한 명품 연극=서울 대학로 여기저기에서 불법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호객꾼, 일명 ‘삐끼’들이 권하는 그저 그런 공연 말고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연극을 보면 좋을 거 같다. ‘렛미인’ ‘나무 위의 군대’ ‘템페스트’ ‘방문’ ‘올모스트 메인’ 등이 추천 작품 목록에 들어 있다.
최근 연극계 최대의 화제작은 단연 ‘렛미인’(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이다. 뮤지컬 ‘원스’의 연출가 존 티파니가 연출한 원작 프로덕션을 그대로 한국에 가져온 이 작품은 왕따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매혹적이고 잔인한 사랑을 그렸다. 영화계 기대주 박소담의 연극 데뷔작이다.
일본 국민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유작인 ‘나무 위의 군대’(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는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오키나와에서 미군의 공격을 피해 나무 위에 올라간 뒤 종전을 모른 채 2년을 지낸 두 군인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국가주의가 일으킨 전쟁의 무의미함,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 오키나와의 슬픈 역사 등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한국 연극계의 거장 오태석의 ‘템페스트’(국립극장 달오름극장)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한국적으로 선보인다. 원작보다 훨씬 유쾌한 작품으로 해외에서도 자주 초청받는 수작이다.
여성 연출가 박정희의 신작 ‘방문’(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극 창작산실 우수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8년 만에 만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소통과 고독을 담고 있다.
TV 예능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편에서 출연진들이 우여곡절 끝에 오로라를 마주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연극 ‘올모스트 메인’(상명아트홀 1관)은 오로라가 보이는 마을을 소재로 하고 있다. 미국 작가 존 카리아니의 대본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가상의 마을 올모스트에서 밤 9시에 아홉 커플에게 동시에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상 속에서 겪는 사랑의 아픔, 기쁨, 슬픔 등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온다.
◇흥겨운 국악 장단의 음악극=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에 흥겨운 국악도 잘 어울린다. 국악 장단을 바탕으로 한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와 국악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이 공연 중이다.
‘춘향이 온다’(국립극장 해오름극장)는 고전소설 ‘춘향전’을 요즘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간통죄 폐지와 같은 동시대 사회 이슈들이 마당놀이 특유의 뼈있는 웃음으로 변주된다. 특히 악역으로 알려진 변학도가 성균관 선배인 이몽룡 아버지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춘향이를 고문해야 하는 사랑꾼으로 등장하는 것이 이채롭다.
가족 음악극 ‘마당을 나온 암탉’(국립국악원)은 지난해 극단 민들레가 뮤지컬로 처음 선보인 것이다. 양계장을 탈출한 암탉 잎싹이 우연히 발견한 청둥오리의 알을 품어 자식으로 키워내는 이야기를 그린 황선미의 원작 동화는 2002년 출간 이후 150만 부 이상 판매되고 해외 25개국으로 수출됐다. 국립국악원은 8∼10일 원숭이띠 관객(04, 92, 80, 68, 56, 44년생)과 3대 가족, 한복을 입은 관객 모두에게 ‘마당을 나온 암탉’ 무료 관람권을 제공한다. 또 전 관람객에게 약과를 비롯해 다양한 선물을 제공할 예정이다. 야외마당에서는 길놀이를 포함한 전통 연희 공연과 팽이치기, 짚신동차 끌기 등 민속놀이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긴연휴 TV만 볼건가요?… ‘티켓 1+1’ 마지막 기회
입력 2016-02-05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