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연말 각 방송사 시상식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기독 연예인들의 수상소감이다. 하지만 불교계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해 이 같은 수상소감은 해마다 줄고 있다.
2일 불교계 언론 등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는 2012년부터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연예대상 및 연기대상 시상식을 모니터링 해왔다. 2013년부터는 각 방송사에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해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종교적 신념 표출을 자제토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종평위의 모니터링 결과, 지난해 12월 시상식에선 KBS 6명, MBC 2명, SBS 7명 등 모두 15명의 연예인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수상소감으로 전했다. 2012년 3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감소세는 불교계가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기 시작한 2013년부터 본격화됐다. 그해 25명, 2014년에는 17명으로 줄었다.
교계에서는 불교계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려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원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홍보부장은 “수상의 기쁨과 개인적 소견, 종교적 믿음 등을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표현의 자유이자 권리”라며 “누구도 이를 침해하거나 억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종언 한국교회연합 인권위원장은 “종교의 자유의 핵심이 신앙표현의 자유”라며 “불교계의 이런 움직임은 반인권적이고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관계자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은 존중하되, 공인으로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종교적 신념을 표출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며 “신앙표현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 위한 일종의 캠페인”이라고 해명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불교계의 공문을 받고 압력으로 느껴졌다”면서 “수상 연예인들에게 일일이 공지할 수는 없지만 종교적 수상소감을 자제토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기독 연예인 “하나님께 감사” 소감 왜 줄어드나 했더니… 불교계, 방송사에 ‘자제’ 압력
입력 2016-02-02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