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만 하면 일당 70만원을 벌 수 있습니다.”
구인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찾던 취업준비생 A씨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그것도 잠깐만 운전하면 된다고 했다. 운전대를 잡고 얼마 가지 않아 옆차로에서 차가 끼어들어와 접촉사고를 냈다. 일명 ‘칼치기’로 불리는 자동차 보험사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보험 사기범들은 차 2대를 몰다가 일부러 급히 끼어들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뒤차가 사고를 내게 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챙겼다. A씨는 자신처럼 단순 운전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가 사고를 낸 74명과 함께 보험사기 가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금융감독원은 2일 일반인들이 보험사기 브로커 등의 유혹에 넘어가 공범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보험사기 유혹은 일상에 만연해 있다. 정비업체나 세차장에서도 공짜를 미끼로 아무렇지 않게 보험사기에 함께하도록 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정비업체에서는 “보험금 청구 위임장만 써주면 자기부담금 없이 공짜로 차량을 수리해주겠다”고 차주를 꾀었다. 위임장을 써준 차에 벽돌로 흠집을 더 낸 뒤 가해자 불명 사고 등으로 처리해 보험회사에서 직접 보험금을 받아 챙겼다.
세차와 유리막 코딩 등을 무료로 제공받았다가 수사기관 조사까지 덤으로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일부 세차 업체는 고객의 차에 크레파스 등으로 경미한 파손을 위장한 뒤 사진 또는 동영상을 제출하고 미수선 수리비 등으로 보험금 5억3000만원을 편취했다. 여기에 가담했던 세차 고객 134명도 업주들과 함께 검찰에 송치됐다.
병원에서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받아주겠다”고 유도할 때도 당장 돈을 내지 않는다고 좋아하기보다 보험사기일 수 있다는 의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에 적발된 성형외과는 전문 브로커인 보험설계사와 짜고 성형수술과 피부관리를 위해 찾아온 고객을 치료 환자로 둔갑시켰다. 병원 상담실장은 망설이는 고객에게 “실손의료보험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줬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가입한 직계가족 명의로 진단서를 발급해 보험금을 청구하기도 했다. 가짜 환자 102명 등도 보험금 7억원 편취 혐의로 검찰 문턱을 밟게 됐다.
이밖에 실제 입원하지 않고 입퇴원확인서만 발급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인 가짜 환자, 고액 장해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게 해주겠는 유혹에 넘어가 과장된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장해보험금을 받은 경증 장해환자 등도 검찰에 불려갔다.
금감원은 “보험약관에 없는 보장이나 대가에 비해 과도한 금전적 이익 제공을 제안하는 경우 보험사기를 의심해야 한다”며 “일반 사기에 비해 조직적 사기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 강도가 높고 사법 당국의 처벌 수위가 높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기에 연루되면 형사처벌뿐 아니라 보험계약 해지, 부당지급 보험금 환수, 금융질서 문란자 등록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운전만 하면 일당 70만원” 알고보니 칼치기 보험사기… 금감원 ‘검은 덫’ 주의보
입력 2016-02-0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