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디플레 우려… 1월 소비자물가 석 달 만에 0%대

입력 2016-02-02 22:06

지난해 11월 1%대로 올라섰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다시 0%대로 떨어졌다. 담뱃값 인상 효과가 사라지고 도시가스요금이 내려가면서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수출이 6년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져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짐과 동시에 근원물가 상승률도 13개월 만에 1%대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우려도 다시 커졌다. 정부도 오르는 것을 억누르려고만 했던 물가를 적정수준 관리하는 방향으로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0.8% 올랐다. 재작년 12월부터 11개월째 0%대를 이어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1.0%로 1%대를 회복했다. 12월에는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1.3%를 기록해 디플레 우려를 잠재웠다.

석 달 만에 소비자물가가 0%대로 밀려난 데 대해 정부는 지난해 1월 담뱃값 인상 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를 0.58% 포인트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도시가스요금을 추가 인하한 것도 물가 인상을 둔화시켰다. 유가하락이 지속되면서 석유류 제품도 직전 해 같은 기간보다 10.3% 하락해 전체 물가상승률을 0.43%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물가상승률은 줄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높았다. 서민 가계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세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 상승해 3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실생활에 밀접한 공공요금 등 서비스 부문과 농축수산물 물가는 직전 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4% 올랐다.

우영제 물가통계과장은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고 서비스 부문 가격도 상승하면서 체감 물가는 상승폭이 컸지만 담뱃값 인상 효과가 사라지고 저유가 때문에 공업제품 중 석유류 가격이 내린 영향으로 지표상 수치는 0%대까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이 0%대로 재진입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디플레 우려 목소리도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물가를 억제했던 정부 정책이 물가 상승을 유도하는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명박정부 때는 ‘MB물가지수’를 만들어 따로 관리할 정도로 물가인상 억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물가 상승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의 움직임을 관망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주류 업체들이 일제히 소주가격을 올렸고 밀가루값 인상 움직임을 보이면서 과자나 빵값도 도미노처럼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는 지켜만 보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고성장일 때는 물가를 조정하더라도 반발에 부딪힐 일이 없었지만 저성장일 때는 상황이 다르다”며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려다 전체 물가상승률을 낮출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로서도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