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보면서 타인과 내 삶 관조해보길”…시즌2 첫 이야기 ‘미생 10’ 책으로 출간한 윤태호 작가

입력 2016-02-02 19:38
만화 ‘미생 시즌2’를 연재 중인 윤태호 작가가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그는 “올 가을부터는 남극 관련 만화도 연재하려고 한다. 만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추진해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땅에서 딛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현실성을 강하게 주기 위해 노력하지요. 독자들이 미생을 보면서 타인의 삶을 느낄 수 있고 내 삶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미생 10’을 출간한 윤태호 작가는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생 10’은 시즌2의 첫 이야기다. 미생 시즌2는 지난해 11월부터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하고 있다. 2일 기준 21화까지 나왔다.

미생 시즌2는 중소기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다음에서 연재 중인 미생 시즌2의 첫 화는 이런 설명으로 시작한다.

‘2013년 기준 한국의 대기업 약 3000개, 고용인원 192만명. 2013년 기준 한국의 중소기업 340만개, 고용인원 1342만명…. 전체 노동자의 12.3%를 차지하는 이들이 커다란 대기업 현관을 향할 때, 대기업의 1000배에 육박하는 중소기업을 향해 전체 노동자의 87%에 달하는 종사자가 골목으로 들어선다.’

시즌1의 등장인물들이 계속 나온다. 원인터내셔널의 정규직이 되는 데 실패한 장그래는 시즌2에서 소규모 상사 온길인터내셔널을 차린 오차장의 회사에 합류한다. 장그래와 오차장, 그와 함께 이직한 이들의 치열하고 절박한 삶이 펼쳐진다. 원인터내셔널에 남은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그려진다.

연재는 3∼4년가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부작 236화를 예정하고 있다. 올해로 47세가 된 윤 작가는 “나이도 나이인 만큼 빨간 날은 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윤 작가는 “1부 중소기업 부분은 회계라는 측면에서 돈의 움직임을 다루려고 한다. ‘무역을 하는데 사람을 하나 더 쓰는 게 낫다’는 팀원과 ‘보험을 드는 것이 더 낫다’는 팀원 간 갈등 등을 다뤘다”고 했다. 경영자가 어떤 가치 판단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는 것이다.

2부는 등장인물들이 해외에서 비즈니스하는 것을 다룬다. 장그래는 요르단으로 간다. 윤 작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출장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가방 싸는 방법부터 외국에서 위기에 닥치면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지, 대기업 출장은 쉽기만 한 것인지, 어떤 서글픔이 있는지 등을 담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르단 한국대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한다.

3부에서는 결혼을 다룰 예정이다. 윤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결혼 적령기가 된다. 결혼하려고 애쓰는 사람, 결혼을 주저하는 사람 등의 이야기를 그리려 한다. 연애도 들어가겠지만 결혼을 실존적으로 체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꼼꼼한 취재로 유명한 윤 작가는 연재 중에도 취재를 멈추지 않는다. 그는 “회계 공부를 하려다 너무 광범위해서 포기했다. 회계사에게서 원 포인트 레슨을 받고 있다. 주로 무역보험공사를 다니면서 작업하곤 한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미생에 대한 각별한 마음도 전했다. 그는 “미생은 없어졌던 나의 이름을 다시 찾아준 작품이다. 미생을 통해 바위에 이름을 판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