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셰프’ 얼마나 힘들길래… 父·멘토 사망 후 스스로 목숨 끊어

입력 2016-02-02 20:28

지난해 프랑스 관광청이 선정한 미식국제등급 ‘라 리스트(La Liste)’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세계 최고의 요리사에 등극했던 젊은 스타 셰프가 1일(현지시간) 자살했다.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미국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세계적 권위의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은 스위스 소재 레스토랑 ‘오텔 드 빌’의 셰프 베노아 비올리에(44·사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비올리에는 2013년 스위스판 미슐랭 가이드인 ‘골&밀로’에서 올해의 요리사로 선정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사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라 리스트에서 세계 유수의 셰프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재차 주목받았던 그는 이날 파리에서 열릴 미슐랭 가이드 발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WP는 비올리에의 지인을 인용해 그가 자신의 아버지와 ‘멘토’이자 식당을 맡긴 요리 스승 필리프 호사가 최근 잇달아 사망하면서 큰 상실감을 겪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반세기를 요리에 매진해 온 비올리에의 완벽주의적 성격에 비춰볼 때 초일류 요리사로서 받아 온 스트레스를 더 큰 원인으로 추정했다.

비올리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자나 깨나 요리 생각뿐”이라며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 점점 더 커져만 간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음식 비평가인 윌리엄 시트웰은 “수준 높은 셰프들은 탁월한 요리를 추구한다. 하지만 ‘미슐랭 스타를 받은’이라는 수식어가 레시피에 붙는 순간 완벽을 향한 길은 위험한 강박으로 돌변한다”며 최고 수준 요리사들이 시달리는 엄청난 압박을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