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80·사진) 작가가 2일 작품의 고유 식별번호 격인 일련번호가 같은 작품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120만 홍콩달러(약 1억8600만원)에 낙찰된 ‘선으로부터’와 일련번호(No. 7○○○○2)가 같은 작품이 발견되면서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이 작가가 위작 논란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 그의 작품 위작 유통에 대한 경찰수사가 공식화된 이후 처음이다. 언론과의 직접 대면이 아니라 법적 대리인 최순용 변호사를 통해 서면질의에 답하는 형식을 택했다.
이 작가는 일련번호의 중복 가능성에 대해 “오랜 기간 일본, 한국 및 프랑스에 있는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했기 때문에 작품 뒷면에 일련번호나 작가 사인이 없는 것도 있고 일련번호 부여 방식이 바뀐 경우도 있다. 같은 일련번호가 두 번 이상 겹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경우는) 극히 몇 점 안 되는 것으로 기억된다”고 덧붙였다.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은 이우환 작품 중 일련번호가 중복되는 작품이 6쌍 확인됐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이 작가는 “지난 수년 동안 직접 작품을 보고 진위를 확인해준 경우가 수십 점정도”라고 확인했다. 직접 확인한 이유로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내 작품 감정에 애매하고 보기 어려운 것이 있다고 해서 도와주려고 몇 번 봐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의로 그때그때 (진짜라고) 확인해 준 작품에 대해 별도의 리스트는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작가는 감정서를 발급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3년 전부터 이우환 위작 유통 얘기가 돌았고, 진위를 두고 작가는 ‘맞다’, 감정위원은 ‘아닌 것 같다’ 식의 이견이 빚어졌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대(大)작가로서 작품 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이 작가는 위작 논란의 최대 피해자는 작가라고 강조한 뒤 아직까지 경찰로부터 공식적인 협조 요청을 받은 적이 없으며 위작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위작 논란 후 첫 공식 입장 밝힌 이우환 화백 “작품 일련번호 없거나 중복된 경우 있다”
입력 2016-02-02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