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진적 지배구조 롯데 거듭나는 계기 마련하라

입력 2016-02-02 17:35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민낯이 드러났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일본 계열사를 통한 다단계 출자로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또 국내 계열사들끼리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67개로 얽혀 총수 일가가 공고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신 총괄회장(0.1%) 등 총수 일가가 2.4% 지분만으로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후진적 지배구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공개한 롯데그룹 해외 계열사 소유 현황을 통해 밝혀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형제의 난’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롯데로부터 해외 계열사 주식 소유 자료를 제출받았다. 분석 결과 총수 일가는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일본 광윤사를 통해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가 일본 계열사와 호텔롯데(일본 지분 99.3%) 등 국내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였다. 해외 계열사 실체가 확인되면서 롯데의 내부지분율은 62.9%에서 85.6%로 뛰어올랐다. 롯데를 제외한 10대 그룹 내부지분율이 평균 53%인 데 비하면 독보적이다. 이는 지배권이 소수에게 집중된 폐쇄적 구조라는 의미다.

롯데의 폐쇄성은 국내 계열사 86개 중 상장사가 8개(9.3%)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36개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사다. 내부지분율이 재산정된 것도 허위자료 제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롯데는 국내 11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일본 계열사의 경우 총수 일가가 실소유주임에도 일가와 관련 없는 ‘기타 주주’가 소유한 회사라고 허위 보고했다. 공정위는 법 위반에 따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벌금 1억원 이하(허위자료 제출)나 과태료 최대 1억원(허위 공시) 등 처벌 수위가 낮다.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

롯데의 일본 지배구조가 드러난 만큼 당국과 소액주주들의 시장감시 기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롯데도 사회적 질타를 받을 만큼 받았으므로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가일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호텔롯데를 상반기에 상장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 해소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깜깜이 구조에서 벗어나 재계 순위 5위에 걸맞은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만이 사회에 응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