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방아쇠만 당기면 된다?

입력 2016-02-02 20:2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체첸 자치공화국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가 1일(현지시간) 반푸틴 성향의 정치인 미하일 카시야노프(왼쪽)를 총으로 겨눈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BBC방송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의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가 러시아의 반(反)푸틴 성향 정치인 미하일 카시야노프의 암살을 경고하는 듯한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카디로프가 인스타그램에 한 저격수가 카시야노프를 조준하고 있는 영상을 올렸다고 전했다. 자유주의 성향의 야당인 공화-국민자유당(RPR-PARNA) 소속이자 러시아의 전 총리였던 카시야노프는 지난해 벌어진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암살 사건 등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 왔다.

조준 영상에서 카시야노프는 러시아의 반정부 시민단체 ‘오픈 러시아’의 활동가이자 언론인인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카라-무르자 역시 지난해 5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정부가 독살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러시아 야당 정치인들은 카디로프가 게재한 영상에 대해 “살해 위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부패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페이스북에 “푸틴과 크렘린궁의 승인 하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카시야노프는 “이것은 직접적인 살해 위협이며 범죄 수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디로프는 지난해에도 넴초프의 죽음과 관련된 내용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해 암살의 배후로 지목됐다. 그는 사병 조직을 이끌면서 고문과 암살 등 인권을 탄압해 비난받고 있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잡지 ‘더뉴타임스’가 푸틴 대통령의 딸 마리아에 대한 기사를 내보낸 직후 의문의 사이버 공격을 받은 데 이어 정부의 경고와 함께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최근 크렘린궁을 비판하는 기사들을 써온 더뉴타임스는 마리아가 여행을 좋아하며 친구들과 함께 지중해 요트 투어를 다녀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서는 언론사가 12개월 이내 두 번 이상 정부의 경고를 받을 경우 폐간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