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일 뻥뻥 뚫리는 인천공항 책임전가는 이제 그만

입력 2016-02-02 17:35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자동출입국심사대를 통해 밀입국한 베트남인의 행방이 닷새째 묘연하다. 연이은 인천공항 외국인 밀입국 사건 배후에 공항 관계자와 국내외 브로커들의 유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강제 출국을 앞둔 외국인 2명이 호송 도중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도주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영구 입국금지 대상이 된 외국인 범죄자가 인천공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드나들었던 사실도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동북아 ‘허브공항’이 아닌 ‘허술공항’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찰 등 공항의 보안을 담당하는 관련 기관들은 ‘네 탓’ 공방에만 열중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을 따지는 과정에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과 베트남인의 국내 잠입 통로가 됐던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과 자동출입국심사대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통제하는 시설이라고 공사 측은 강조했다. 외국인들의 잇단 밀입국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관리소홀 탓이라는 것이다. 반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공항 내 경비보안 인력의 업무 태만이 화를 불렀다고 책임을 다른 기관으로 돌렸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경찰의 수사 공조도 삐걱대고 있다. 베트남인 밀입국을 놓고 수사 상황을 서로 공개하지 않고 따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밀입국 사건은 결국 공항의 핵심인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구역에 대한 각 기관들의 오랜 불협화음이 낳은 참사라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국가 기반시설에 걸맞게 국가정보원, 법무부, 국토교통부, 경찰, 공항공사 등 관련 기관들이 총망라된 컨트롤타워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외주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보안요원 체계도 근본적으로 수술할 필요가 있다. 보안에 구멍이 뚫리는 순간 공항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