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당 출범, 정당간 정책·인물경쟁 출발점 돼야

입력 2016-02-02 17:34
새 정치를 기치로 내건 국민의당이 2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정식 출범했다. 안철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지 51일 만이다. 국민의당은 정당의 지향점을 적대적 공존 관계인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거대 양당구도 개편에 두고 있다. 정치 혁신과 중도층 결집을 통해 오는 4월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제3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게 1차 목표다. 내년 대선 승리가 궁극의 목표임은 불문가지다.

대다수 국민이 ‘19대 국회는 사상 최악의 국회’라고 할 정도로 지금의 새누리·더민주 양당체제가 생산적인 정치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3당의 출현은 의미가 있다. 사생결단식 대결 구도가 고착화된 정치 풍토를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복원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보다 한 차원 높은 새 정치를 펼친다면 제3당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창당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당 모습은 국민이 기대했던 새 정치와 거리가 멀다. 당 주도권을 둘러싼 안 의원 측과 현역의원 그룹 간 알력,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옥석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현역의원 영입은 타파해야 할 구태정치와 하등 다를 게 없다. 뿐만 아니라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및 김한길 의원까지 포함된 3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는 지분 나눠먹기, 계파 챙기기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구성원도 더민주를 탈당한 인사 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제3당 창당을 통한 정권교체 세력의 외연 확대라는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 이럴 거라면 국민의당을 창당할 명분이 없다.

구호만 요란했지 전혀 새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니 지지율이 반등하기는커녕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월 4주차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 국민의당은 13.1%로 전주 대비 4.0% 포인트 하락했다. 20.7%였던 1월 2주차에 비해선 무려 7.6%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더민주는 26.9%로 3주 연속 상승해 안 의원 탈당 이전 지지율을 회복했다. 새누리당 역시 전주에 비해 1.4% 포인트 오른 40.6%를 기록했다. 국민의당이 아직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제3당이 정책과 인물로 승부하지 않고 반사이익만 얻으려 해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한국 정당사가 그걸 증명한다. 지금처럼 양당제가 다양한 국민 의견을 국정에 반영하지 못한다면 다당제로 가는 게 맞다. 국민의당이 그 초석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당만의 정체성과 노선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보수, 중도, 진보를 대변하는 새누리당, 더민주, 정의당이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마당에 이들과의 차별화에 실패할 경우 앞길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