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進退兩難)은 답이 없다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답을 찾는 게 지혜다. 최근에 일명 ‘쯔위 사건’이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인 쯔위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만의 청천백일기를 흔든 것이다. 중국인들은 쯔위를 비난했다.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는 사과를 했다. 뇌관은 쯔위가 동영상으로 사과하며 터졌다. 이것이 대만인들을 화나게 했다. 대만인들은 복합적 사고를 한다. 하나의 중국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륙의 중국으로부터 피해를 본 다수의 대만 본토인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오히려 일본의 식민지를 그리워하는 친일주의자들도 있다. 이들이 쯔위 사건을 통해 총통선거에 영향을 주려 한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네티즌들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 3개국의 사람들이 말과 생각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공통적인 것은 JYP를 욕한다는 점이다. JYP는 주가가 떨어지고 사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퇴양난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선교에도 진퇴양난에 직면할 때가 많다. 러시아 선교가 한 사례다. 한국교회는 소련이 물러나고 러시아의 문이 열렸을 때 많은 선교사를 파송했다. 그때 한국교회는 러시아정교회와 협력하지 못했다. 우선 신학적 차이가 있었다. 러시아정교회는 자국선교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공동선교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러시아정교회는 공산주의 하에서 힘을 잃었다가 공산주의가 물러난 후 차츰 힘을 가지게 됐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정교회 교인이다. 러시아 선교사들은 “러시아정교회로 인해 선교에 어려움이 컸다”고 말한다. 한국교회의 러시아 선교에서 러시아정교회와의 협력문제는 진퇴양난의 문제다.
이런 선교현장에 답을 주고자 만들어진 것이 ‘상황화 선교신학’이다. 일방적인 제국주의적 선교와 달리 성육신적으로 선교를 보자는 것이다. 선교대상지역의 문화를 연구하고 그 상황에 따라 선교전략을 입안하고 시행하자는 것이다. 마케팅적으로 본다면 생산자지향주의가 아니라 소비자지향주의인 것이다. 하지만 상황화 선교에도 진퇴양난이 있다. 상황화를 우선으로 두다보니 복음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 사례가 서구교회의 일본선교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맥아더 장군의 요청으로 미국교회들은 일본에 3000명의 선교사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학교도 만들고 사회사업단체도 만들었지만 복음은 잃어버렸다.
상황화 전략의 진퇴양난을 극복하자는 선교신학적 입장도 있다. 바로 폴 히버트 교수의 비평적 상황화이다. 현상분석을 철저히 하고 존재론적으로나 비판적인 방법을 통해 문화를 연구하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선교학적 변혁을 이뤄 사람들을 하나님의 나라로 이끌자는 것이다. 성공적인 사례는 오히려 조선선교사들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3·1운동의 33인 외에 한 명을 더 꼽자면 스코필드 선교사다. 그는 성경적 세계관을 갖고 조선의 문화 속에 뛰어들었다. 조선선교사 변혁적 리더십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쯔위 사건을 통해 우리의 한류문화도 단순히 예능과 비즈니스 기능에만 머물러 있으면 진퇴양난에 빠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할 때 답을 얻을 수 있다. 크리스천들은 수없이 만나는 진퇴양난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불편한 길을 택하더라도 성경의 기준을 분명히 하고 문화를 철저히 연구해 끊임없이 답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도해야 한다. 그러면 답은 있다.
권순웅 목사 (동탄 주다산교회)
[시온의 소리-권순웅] 진퇴양난에도 답은 있다
입력 2016-02-02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