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운상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자 ‘기술’의 상징이었다. 1972년 화려하게 탄생한 세운상가는 ‘세상의 기운’이라는 이름처럼 전국의 기술 장인(匠人)이 모여들었다. 음향기기부터 영상, 출판물, 의류, 잡화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종합 쇼핑센터였다. “미사일과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명성을 떨치던 세운상가는 80∼9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고 용산전자상가가 들어서면서 쇠퇴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슬럼화된 이곳을 전면철거와 재개발 대신 ‘재생’으로 되살리겠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궤를 함께한 세운상가의 역사적 가치에 주목해 ‘지우고 새로 쓰기’보다는 ‘고쳐서 다시 쓰기’를 통해 서울의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상인, 주민과 소통하며 재생사업의 내용을 구체화했고 지난달 28일 재생사업을 시작하는 착수식을 열었다. ‘세상의 기운이 다시 세운상가로 모인다’는 의미를 담아 ‘다시세운 프로젝트’라는 이름도 선보였다.
재생사업을 통해 청계천 복원 당시 끊어졌던 공중보행로를 복원하고 을지로지하상가로 바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신설해 사통팔달 보행축을 되살릴 계획이다. 세운초록띠공원은 종묘가 한눈에 들어오는 광장으로 재조성해 세운상가를 전시, 공연, 장터가 열리는 문화·창업의 중심지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종묘에서 남산까지 걷는 길로 이어지고 명동, 남대문시장을 지나 2017년 공중보행로로 다시 태어날 서울역고가까지 연결되는 ‘걷는 도시 서울’의 상징으로도 자리매김하게 된다.
세운상가는 변모하고 있다. 우주인 고산씨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꿈을 구체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가 청년 메이커(maker)들의 ‘스타트업’ 적지가 될 수 있도록 창작소를 설치하고 대학원 등 전략기관도 유치할 예정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상가 소유주가 임대료를 과도하지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상생협약’도 맺었다. 이달 중 재생 1단계 사업 첫 삽을 뜨는 세운상가가 서울의 혁신거점으로 부활하기를 기대한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
[기고-진희선] 도시재생으로 다시 살아나는 서울 세운상가
입력 2016-02-02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