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고 인사를 나눈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첫 달이 그림자만 남긴 채 꼬리를 뺐다.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늘 열심을 다하지 못한 채 놓쳐버린 듯한 아쉬움이 크다. 연초 신년하례식에 강사로 온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던져준 자승최강(自勝最强)과 도전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려본다.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그는 산을 오르며 실패와 성공의 수를 비슷하게 했다고 한다. 오늘날 그가 대기록을 남긴 산악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과 실패를 다루는 방식을 바꾸어 ‘성공적인 실패’가 되도록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고 자연의 악조건보다 더 두려웠던 자기 존재와의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정복한 것이라고.
인생이라는 크고 험난한 산을 오르며 힘겨울 때마다 남 탓하고 상황 탓하며 원망하기 쉽다. 요즘 모두 세상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작은 일에도 혼을 쏟아 내듯이 열정을 다하여 부단히 노력한다면, 기쁨으로 성취감을 맛보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오랜 기간 숙성된 영감이 한순간 뿜어져 나와 훌륭한 즉흥곡이 탄생하는 것처럼.
때로는 최선을 다해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고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도 많아, 성실한 학생들을 보면서 가끔 짠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앞으로 나이 들어가며 겪게 될 난관과 좌절을 어떻게 이겨낼까. 오아시스를 만나는 아름다운 순간은 너무 짧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역경이라는 통과의례는 만만치 않은데.
그래도 자신을 이겨내고 도전하는데 삶의 가치는 더한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은 없겠지만 진정한 승리의 기쁨도 맛볼 수 없을 테니.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없는 청년은 이미 노인이다.” 고갱의 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고 몰입하며 가치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김세원(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自勝最强
입력 2016-02-02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