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작사·작곡까지… ‘음원 강자’는 싱어송라이터

입력 2016-02-03 04:02

빅뱅 ‘뱅뱅뱅’, 나얼 ‘같은 시간 속의 너’, 자이언티 ‘꺼내먹어요’, 백아연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혁오 ‘위잉위잉’.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재생된 1∼5위까지 음원이다. 이 다섯 곡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노래를 한 가수들이 작사·작곡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자기가 만든 곡을 자기가 부르는 곡들이 유독 사랑받고 있다. 여전히 차트 순위권 안에는 스타 작곡·작사가의 곡을 받은 아이돌 그룹의 곡들이 많지만 흐름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기획된 아이돌 그룹보다 음악이 좋아서 하는 뮤지션들에게 조금씩 시선이 옮기고 있는 것이다.

나얼, 자이언티, 혁오처럼 아예 싱어송라이터로 시작한 경우도 있지만 빅뱅이나 백아연은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복합적인 지원을 받으며 커 온 아이돌이다. 2015년 차트 100위권 안에 자신들이 직접 만든 곡을 올려놓은 아이유, 블락비 지코, 위너 송민호 등도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이다. 아이돌로 시작했지만 차츰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가수가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했다는 것은 마케팅 측면에서도 쏠쏠하게 효과를 보고 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정점에 서 있는 아이돌 그룹은 빅뱅이다. 빅뱅은 지드래곤을 중심으로 ‘자기들의 노래’를 만들어내면서 아이돌 그룹에서 아티스트로 발돋움했다. 빅뱅 멤버들이 만들어낸 곡들은 음악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들이 적어내는 노랫말 또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빅뱅 태양이 작곡하고 지드래곤과 탑이 가사를 붙인 ‘루저’는 대표적인 예다. 팬들과 평론가들에게서 극찬을 받은 곡이다. “루저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솔직히 세상과 난 어울린 적 없어…너나 나나 그저 길들여진 대로 각본 속에 놀아나는 슬픈 삐에로….” 그루브가 넘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곡에 빅뱅이 겪은 감정을 이야기하는 듯한 노랫말로 공감을 자아냈다.

싱어송라이터의 곡이 사랑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공감’에 있다. 가수가 직접 만드는 노래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기게 마련이다. 솔직한 고백은 공감을 얻어내기 좋다. 아이유의 ‘스물셋’도 아이유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더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다만 아이돌의 싱어송라이터 변신에는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기획사 소속 프로듀서의 도움이 대체로 따라붙는다는 점이다. 인디 음악가들이 완벽한 싱어송라이터라면 아이돌은 기획사의 도움을 어떻게든 받고 있다. 뮤지션으로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해야 진정한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