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우리나라의 수출은 정부의 수출진작책이 힘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품목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내수가 미약한 상황에서 수출이 계속 주저앉으면 경제가 회복불능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수출 부진의 이유로 유가급락, 선박 수출 감소, 신흥국 경기 부진, 주력 품목 단가하락 등을 들었다.
우선 유가 하락이 수출 하락세를 가장 크게 부채질했다.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 대비 35.6%나 감소했고 석유화학제품은 18.8% 줄었다. 지난 한 해 수출은 전년 대비 7.9% 감소했지만 유가 하락 영향을 빼고 계산하면 감소폭은 -2.9%로 줄어든다. -16.9%인 지난해 수입 감소폭도 유가 영향만 없었다면 -6.6%로 크게 줄어든다.
석유 관련 제품뿐만 아니라 13대 주요 수출 품목도 직격탄을 맞았다. 선박은 단 한 건의 해양플랜트 인도 실적도 기록하지 못한 채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3%나 빠졌다.
반도체는 메모리 D램 가격이 떨어지는 데다 제조업체의 재고물량이 늘고 수출은 줄었다. 13대 품목 가운데 가장 많은 45억40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지만 전년보다는 13.7% 감소했다. 중저가폰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무선통신기기는 7.3% 줄었고 공급 과잉이 심각한 평판디스플레이는 전년보다 30.8% 내려앉았다.
자동차는 주력 수출 시장인 신흥국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21.5%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 감소폭은 13.6%다.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철강(-19.9%), 현지 생산이 확대되는 가전(-29.2%),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컴퓨터(-27.6%), 일반기계(-15.2%), 섬유류(-14.7%)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신규 품목 중에서는 화장품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각각 2.1%, 8.7%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SSD는 22.1%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이 전년보다 21.5%나 감소했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세 제품이 대중국 수출의 50%가량을 차지하는데 D램, LCD, 석유제품 등 관련 품목의 단가가 크게 내렸다”며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경기지표 부진, 증시 폭락 등을 고려하면 중국경기가 상당히 안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호전되던 미국으로의 수출도 달러 강세, 의류 판매 부진 등 소비심리 둔화, 철강 시장 침체 등이 겹치면서 9.2% 줄었다. 일본(-18.2%), 아세안(-19.7%), 중동(-31.1%), 중남미(-35.8%) 등 거의 모든 주요 지역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다만 유럽연합(EU) 수출은 양적완화 정책 등에 힘입은 내수경기 회복세로 주요 수출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보다 7.3% 올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반도체마저 -13.7% … 품목·지역 안 가리고 수출 얼었다
입력 2016-02-01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