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까다롭게 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수도권에 처음 적용된 1일,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명동영업부의 가계대출 창구는 썰렁했다. 가끔 직장인 신용대출을 받으러 오는 고객은 있었지만 주담대를 상담하는 이는 찾기 어려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받으러 왔다가 슬쩍 가이드라인 얘기를 꺼내면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는 거냐고 묻는 고객들은 있었다”면서도 “아직 바뀐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지점이나 노원구 중계동지점에서도 이날 주담대 관련 상담을 하는 고객은 찾기 어려웠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서 아파트 집단대출은 예외로 분류되다보니 분양 열기가 많은 경기도 위례신도시 같은 지역에서는 크게 관심도 없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시행 첫날 주담대 관련 상담이 크게 줄어든 것은 대출 실수요자들이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가계대출이 까다로워지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은 영향도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27일 기준) 은행권 주담대는 47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2조8000억원 늘었다. 1월이 주택거래 비수기인데도 예년 대비 증가폭이 컸다.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직원은 “2월까지는 비수기여서 원래 주담대 규모가 크지 않다”며 “통상 이사철에 맞춰 대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봄 이사철이 되면 지금보다는 대출이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유독 관련 상담이나 대출이 많았지만 본래 비수기인 추세로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대출 억제 효과를 확인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들은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진 만큼 지난해처럼 주담대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 증빙이 강화돼 국세청 원천징수영수증 등의 증빙 소득이 아니라 카드 사용액 등의 신고소득으로 대출을 받았던 이들은 향후 상환 부담이 늘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은 신규 주담대 중에서 소득산정 시 신고소득을 적용한 대출, 담보가치(주택가격) 대비 대출액 비율(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총부채상환비율·DTI)이 60%를 넘는 경우 원칙적으로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거치 1년 이내)을 적용토록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르포] 주택담보대출 심사강화 첫날, 은행 창구는 썰렁
입력 2016-02-02 0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