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 “간부들 결재만 하지 말라”

입력 2016-02-01 21:16
김수남 검찰총장이 1일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전국검사장회의를 시작하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김수남 검찰총장과 일선 검사장들이 수사력 강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검찰의 ‘미드필더’인 부장검사의 역량 강화가 주로 논의됐다. 신임 검사·수사관이 실무를 폭넓게 경험토록 교육·승진 제도를 개선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전국 검사장 이상 간부들은 1일 전국검사장회의에서 ‘수사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난상토론을 펼쳤다. 김 총장이 직접 토론을 주재했다. 김 총장은 ‘생각의 탄생’을 저술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교수의 “모든 위대한 혁신은 문제 발견에서 나온다”는 말을 인용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문제는 항상 현장에서 관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검찰 수사력 약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부장검사의 역할이 도마에 올랐다. 김 총장은 “간부들이 사후 결재만 할 것이 아니라 수사 초기부터 후배 검사·수사관들과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결론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평가가 엄격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고검장은 “지금 부장검사들이 회계분석, 자금추적, 디지털증거 분석 등을 잘하고 있는지 직접 평가해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평가 결과를 인사에 충실히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부장검사 주임검사제도’를 다음달 전국 검찰청으로 확대 시행키로 했다. 더 이상 간부 검사들이 ‘도장이나 찍는’ 역할에 머물러선 안 되며 실질적으로 수사 전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신임 검사의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실무교육 기간(현행 3개월)을 1년 이상으로 연장할 방침이다. 평소 강연식 교육보다 도제식 교육이 효율적이라는 김 총장의 지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사관 승진인사에서는 ‘수사부서 근무경력’을 적극 반영키로 했다. 한 간부는 “수사관들이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능력 있는 수사관을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는 문제가 회의에서 제기됐다”고 말했다. 의무적으로 수사부서 근무기간을 점차 늘려가는 방안도 검토됐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사범 수사원칙도 마련했다. 당선자나 현직 의원이 관련된 주요 사건은 부장검사가 직접 주임검사를 맡게 되고, 사건 접수 단계부터 실시간 검찰 지휘 시스템을 마련키로 했다. 금품수수와 흑색선전, 여론조작을 중점단속 대상으로 지정됐다. 부정부패 수사는 공공분야에 만연한 구조적 비리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