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강제연행 부정’ 되풀이… ‘국가범죄’ 희석 꼼수 외교부, 日대사에 ‘우려’ 전달

입력 2016-02-01 22:21 수정 2016-02-01 23:54
일본 정부가 ‘12·28 위안부 합의’ 이후 군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부정하는 발언을 내놓는 건 위안부 징집이 ‘국가범죄’라는 사실을 희석하려는 꼼수로 풀이된다. 합의에 언급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이 법적 책임이 아니라 도의적 책임이라는 주장을 재차 강조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런 일본의 행태가 합의의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고 자제를 촉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을 유엔기구에 보낸 것에 대해 “(일본 측은) 위안소에서 피해자들이 강제적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면서 “위안부 문제에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을 위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의 통화 과정에서 위안부 합의의 성실한 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임성남 외교부 1차관 또한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비슷한 우려를 전달했다.

일본 측은 위안소 제도 운영에 과거 일본군과 정부가 관여했으며, 위안부들은 자의에 반해 위안소 생활을 했다는 ‘광의의 강제성’은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군 또는 관헌이 여성을 위협해 위안소로 끌고 갔다’는 ‘협의의 강제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피해자 증언 외에는 이를 입증할 문헌 사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입장은 일본 우익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부각된 건 2007년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1차 내각에서 이를 정부 공식 입장으로 분명히 밝힌 것이다. 위안부 합의 이후로도 이런 스탠스에 변화가 없음을 다시 밝혀 일본 우익의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억지주장에 일일이 맞대응하는 것 자체가 일본이 세운 ‘프레임’에 갇히는 것으로 보고 대응을 삼가는 쪽으로 방침을 세운 상태다. 당시 식민지배 체제 특성상 새로운 문헌 증거가 발굴되기도 어려울 뿐더러 ‘피해자 증언을 믿을 수 없다’는 일본 측 논리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런 행태가 한·일 합의 위반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제연행 인정 여부가 합의의 핵심에서 벗어난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합의 이후에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양국의 시각차가 여전히 크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이상 비슷한 논란이 불거질 경우 합의가 파국을 맞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조성은 기자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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