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치타 여사 라미란 “연기 매력은 대리만족… 어디든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입력 2016-02-03 04:02
배우 라미란이 도전하고 싶은 다음 장르는 ‘멜로’라고 한다. 라미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남선녀만 하는 멜로는 못하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멜로를 보여드리고 싶다. 예쁘고 아름답지 않더라도 내 친구 얘기를 듣는 것 같은 멜로 말이다”라고 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는 모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청난 생활력, 남편과 두 아들을 장악하는 카리스마, 스파게티를 잔치국수 담듯 담아내는 큰 손, 물심양면으로 이웃을 도우면서도 생색내지 않는 배포, 야한 농담도 서슴지 않지만 때로 수줍어할 줄도 아는 여자….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의 라미란 여사는 이런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진짜 라미란은 어떤 사람일까.

1975년생 라미란은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서울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충무로로 영역을 넓혔다. 데뷔작은 ‘친절한 금자씨’(2005). 금자의 복수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오수희가 바로 그녀다.

이후 영화 ‘댄싱퀸’ ‘스파이’ ‘소원’ ‘국제시장’ ‘히말라야’ ‘대호’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치며 팬들에게 배우 라미란을 각인시켰다. TV에서는 tvN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감정기복이 심하고 때로 서슴없이 비굴하기까지 한 워킹맘 라미란 역을 맡으며 ‘라미란 덕후’를 양산하기도 했다. 그렇게 점차 커져가던 라미란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은 응팔에서 극대화됐다.

라미란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언제 떴다고 느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이렇게 하는 게 뜬 거죠”라고 답했다.

“어디 제가 이렇게 호텔에서 간담회를 하겠어요. 정말 절실히 느껴요. 제가 동네를 자주 돌아다니거든요. 세수도 안 하고 가는데 ‘정봉이 엄마’라고 부르시면 제가 또 눈치 없이 돌아봐요.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의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응팔에서 선우 엄마로 출연했던 배우 김선영은 라미란이 극 중 치타 여사 라미란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전했다. ‘쿨하고 화끈한 여자’라는 것이다.

“제 모습과 많이 닮은 부분이 있어요. 작가님도 감독님도 그런 것들을 참조하신 것 같더라고요. 평소에도 잘 안 웃어요. 누가 웃겨도 ‘아니야, 조금 더 해’라고 하고 잘 안 웃거든요. 뭔가 퍼주는 건, 제가 아직 (가진 게) 없어서 그러진 못하는데 마음은 항상 그러고 싶어요. 치타 여사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전혀 다른 부분도 있고 그래요.”

간담회에서 아들 정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화끈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이 드러났다. 정환을 맡은 류준열과 9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어땠는지 묻자 라미란은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이 ‘기대하지 말아라. 진짜 못생겼다’ 그러셨어요. 저는 ‘잘생긴 젊은 배우랑 하는 거 아니면 안 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딱 보는 순간 ‘외탁했네’ 싶게 (저랑) 정말 닮은 거예요. 보면 볼수록 괜찮은 면들이 보이고. 못생긴 남자한테 빠지면 약도 없다고 하잖아요? 많은 분들이 이미 헤어 나오기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요.”

라미란은 NG가 거의 없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류준열도 V앱에서 라미란과의 일화를 이렇게 전했다. “라미란 선배가 진짜 대단해요. 촬영 전에 감정을 전혀 안 잡아요. 농담도 하고 야한 얘기도 하다가 ‘들어갈게요’ 하니까 ‘엄마가 미안해’ 하면서 바로 우는 거예요. 정말 무섭고 대단한 배우 같아요.”

라미란은 “그저 대본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한다.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오로지 라미란이 만들어내야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응팔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전국노래자랑’ 예선전이 대표적인 예다.

“‘계란이 왔어요’가 나오면 ‘메에∼’하고 끝날 것 같은데 지문에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입반주를 하며 계속 노래하라.’ 어떡해요, 해야죠.” 입반주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춤을 출지는 오로지 라미란 몫이었다. 라미란에게도 극 중 라미란 여사에게도 절박했던 장면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그 장면을 그렇게 재밌어할지 몰랐다고 한다.

라미란은 ‘재미있어서’ 연기를 한다고 했다. “아줌마 연기를 한다고 해도 매번 같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제가 계속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게 되게 재밌어요. 히말라야를 언제 가 보겠어요. 그냥 가라면 안 갈 걸요. 치악산도 안 가는데. 대리만족을 계속 할 수 있고, 사랑해주시면 좋고, 돈도 벌 수 있고. 정말 최고의 직업이 아닐까 싶어요.”

끝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시작할 때부터 꼭대기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니까. 그걸 제가 견딜 수 있을까 싶어요. 너무 두드러지지 않게, 가늘고 길게, 어디든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