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급락 쇼크’… 1월 18.5% 감소 금융위기 이후 최악

입력 2016-02-01 22:07

새해 한국경제 첫 성적표인 1월 수출이 18% 이상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도 48개월째 계속되는 등 저성장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중국경기 둔화, 유가 급락에 글로벌 금리 인하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수출 쇼크’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월 ‘수출 쇼크’…6년5개월 만에 최대 급락=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16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월 수출은 367억 달러에 그치며 지난해 1월보다 18.5%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받았던 2009년 8월(-20.9%) 이후 최대 낙폭이다. 주력 품목들의 수출 부진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12월 반짝 증가세를 보였던 수출물량은 다시 감소세(-5.3%)로 전환됐다. 국제유가 급락 영향을 받는 석유화학 제품,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철강·반도체 등은 물론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감소세로 전환됐다. 글로벌 시장이 중저가폰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수출 증가세를 지속한 것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장품 등 신규 유망 품목뿐이다.

수입 감소폭도 커졌다. 지난달 수입은 31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1%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는 53억 달러 흑자를 보였다. 수출 경쟁력을 통한 것이 아니라 수입 감소폭이 더 커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5년 12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1059억6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수출이 5489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5% 감소했지만 수입이 4285억6000만 달러로 18.2%나 감소한 영향이다.

◇글로벌 양적완화 흐름 속 한국의 선택은=전문가들은 앞으로를 더욱 우려한다. 세계경제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과 스위스, 스웨덴 등에 이어 지난달 말 일본 중앙은행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환율 경쟁이 재점화되고 시중에 자금을 푸는 양적완화를 강화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엔화와 위안화 등의 동반 약세로 원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면 우리 수출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위기가 심화되고,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산업부도 이날 “대외 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어 수출 회복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우려했다.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 부진 충격이 내수 기업에까지 확산되면 고용위기 등도 심각해질 수 있다. 한국도 추가 금리 인하 등을 통한 양적완화에 가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수출 상황은 파국이다. 3% 성장률은 고사하고 한국경제 전반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가계부채 등의 우려가 있지만 지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통화 당국의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민영 고세욱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