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바이러스, 이미 동남아 확산?… WHO, 비상사태 선포 논의
입력 2016-02-01 17:34 수정 2016-02-01 22:03
선천성 기형인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지카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논의했다.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인도네시아 에이크만분자생물학연구소가 수마트라섬 잠비주에 사는 27세 남성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뎅기열 연구 도중 우연히 발견된 이 감염자는 해외여행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내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이 감염자의 혈액 샘플이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 사이에 채취됐음을 감안할 때 지난해 10월 중남미에서 지카바이러스가 본격 확산되기 전 이미 인도네시아에 지카바이러스가 돌았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이 지역의 지카바이러스는 뎅기열 감염 시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가벼운 증세로 다수가 진단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뎅기열 등 다른 열성질환으로 오인된 채 묻혀 있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동남아에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동남아에는 지카바이러스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서식하고 있다.
WHO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이번 엘니뇨(적도 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으로 지카바이러스가 더 폭발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해당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여행, 교역, 국경 간 이동이 금지된다.
질병관리본부는 법무부와 출입국 정보를 공유해 중남미 등 위험지역 입국자가 의심증상을 보일 경우 신속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했으며, 외교부는 중남미 등 위험지역 재외국민에게 감염 예방 대책을 알리기로 했다.
이종선 기자, 라동철 선임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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