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를 통하면 쉽게 창업에 뛰어들 수 있고, 본부에서 인테리어·광고·재료 등을 모두 관리해줘 예비 창업자 입장에선 간편하다. 반면 각종 비용을 과도하게 청구하거나 인근 지역에 점포를 여럿 내는 ‘겹치기’, 일방적 계약 등은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주점 프랜차이즈 ‘와라와라’ 가맹점주협의회는 최근 가맹본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관련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직영점을 제외한 88개 가맹점 중 60여곳의 가맹점주가 소송에 참여했다.
가맹점주들은 본부가 ‘갑질 횡포’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본부가 공산품에 라벨만 붙여 ‘전용 식자재’라는 명목으로 비싼 가격에 가맹점에 판매하거나, 본부에서 선정한 주류 도매상으로부터 독점적으로 주류를 공급받게 해 시중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와라와라’ 점포를 운영하는 A씨는 “경기침체로 장사가 잘 안 되다 보니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본부에 보내야 했다”며 “10년 가까이 달았던 간판을 당장 내릴 수도 없고 억울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부의 ‘리스크’에 가맹점주들이 속앓이 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 남부지법은 지난해 11월 분식업체 ‘아딸’의 이경수 전 대표에 대해 가맹점과 독점계약을 맺게 해주는 대신 돈을 받고 회삿돈을 가로챈 혐의(배임수재)로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약 27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표는 대부분의 금액을 변제했다며 항소했지만 ‘아딸’ 브랜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이 전 대표 측과 부인이 서로 ‘아딸’ 상표권을 주장하면서 분쟁도 겪고 있다. 경쟁업체가 급증하면서 일부 가맹점은 이탈하기도 한다. 2014년까지 서울에서 ‘아딸’ 점포를 운영했던 B씨는 “하루에 300인분을 팔아도 가게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비슷한 콘셉트의 경쟁업체가 많아졌지만 가맹본부로부터 특별한 관리를 받지 못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카페 ‘이디야’는 2008년 매일유업으로부터 ℓ당 200원의 판매 장려금을 받은 후 공급 우유 가격을 150원 올려 ‘갑질’ 의혹을 사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 20일 이디야가 가맹점에 매일유업 우유를 구매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갈등, 분쟁 등이 잇따르지만 이를 사전에 방지할 제도적 장치는 허술하다. 지난해 10월 가맹점주의 영업권과 가맹점 사업자 권익 보호를 위한 실질적 단체 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014년 기준으로 16만7000개에 이른다. 전년 대비 10.4%(1만6000개)나 늘었다. 이동주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사회적 분위기는 너도나도 창업을 권하고 있지만 분쟁이 생기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가맹점 계약 전에 불공정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계약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만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장사 안 되는데 본부 갑질 여전” 불황에 커지는 프랜차이즈 갈등… 주점 60여곳 소송 준비
입력 2016-02-0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