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총수 일가, 지분 2.4%로 全 계열사 지배

입력 2016-02-01 21:50 수정 2016-02-01 23:50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일본의 계열사를 이용해 2.4%의 지분율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일본 내 계열사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를 확인하고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롯데그룹 해외 계열사 소유 현황을 1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 광윤사,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 롯데그룹의 16개 일본 계열사가 86개 국내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의 핵심은 1967년 일본에 세워진 포장재 업체인 광윤사다. 총수 일가가 광윤사를 통해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가 다른 일본 계열사와 함께 호텔롯데 등 국내 주요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고 있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롯데그룹은 국내법에 의해 설립됐고, 사업활동 주된 부분이 국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 기업으로 봐야 하지만 출자를 통해 일본 계열사의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의 지분에서 롯데 총수 일가는 단 2.4%, 신격호 총괄회장은 0.1%를 소유하고 있었다. 총수와 일가가 극히 작은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일본 계열사를 통한 다단계 출자와 순환출자를 적극 이용했기 때문이다. 롯데를 제외한 대기업의 평균 출자 단계가 4개인 반면 롯데는 최대 24개의 출자 단계를 갖고 있다. 또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67개로 대기업 전체 순환출자 94개 중 롯데그룹이 71.3%를 차지한다. 순환출자는 대기업집단이 ‘A사→B사→C사→A사’처럼 순환형 구조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롯데그룹의 소유 현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과거 롯데그룹이 일본 계열사의 출자 현황을 허위로 제출한 혐의를 포착하고 과태료 부과와 검찰 고발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전까지 광윤사,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을 총수 일가와 관련 없는 ‘기타 주주’가 소유한 회사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롯데그룹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한 일본 계열사를 ‘기타 주주’로 허위 신고하면서 총수 일가 내부지분율은 85.6%에서 62.9%로 낮게 보고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은 총수와 일가가 소유한 기업과 지분 내역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허위 자료를 제출할 경우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에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총수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신격호 회장이 검찰 고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혐의점을 찾았으니 고의성 여부 등을 자세히 조사한 뒤 검찰 고발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측은 “자료 제출이 일부 미진했던 부분은 한·일 롯데 경영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고의성은 없었다”며 “그동안 공정위의 해외 계열사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앞으로도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