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잔혹史’… 이제 기지 반대 투쟁 ‘전리품’ 벌금과의 전쟁

입력 2016-02-01 20:44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반대 운동 과정에서 부과된 벌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강정마을회가 벌금 대납을 위해 마을회관 매각 방안 등을 추진했지만 주민들 간 의견 불일치로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2월중 해군기지 준공식이 예정돼 있지만 벌금 납부 문제와 크루즈터미널 공사 재개 등으로 주민 간 갈등이 여전해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서귀포시 강정마을회는 지난달 28일 정기총회를 열고 마을회관 매각건을 상정했으나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다고 1일 밝혔다.

강정마을회는 2014년 11월 임시총회에서 벌금을 마을 차원에서 책임지기로 하고, 마을회관 매각 계획을 세웠다. 마을회관과 노인회관을 매각한 뒤 대신 강정동에 있는 농협창고부지(2331㎡·3억원 내외)를 새로 사들여 마을회관과 마을역사관 등으로 활용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매번 주민들의 무관심과 비협조로 걷돌았다.

지난 마을총회에서도 주민들은 “마을에 마을회관이 없어진다는 것은 사람이 집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중요한 안건을 150명도 모이지 않은 자리에서 다루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연기를 요구했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지금까지 의사정족수 미달로 여러 차례 회의가 미뤄진 만큼 앞으로 임기 동안에는 강정마을 회관 등 마을 자산 매각·매입건을 다시 안건으로 올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을회관(대지면적 661㎡·건물면적 766.7㎡)과 노인회관(대지면적 132㎡·건물면적 183.7㎡)의 매각대금은 약 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강정마을회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간의 해군기지 반대 투쟁과정에서 700여명의 마을 주민 등이 경찰에 연행돼 주민에게 부과된 벌금만 3억7970만원(392건)에 달한다. 현재 80건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방부도 지난해 초 농성 천막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대집행 비용 8970만원을 강정마을회에 청구한 상태다.

해군기지 준공이 임박하면서 반대주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주민 김모(67)씨는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마을공동체는 파괴됐고, 벌금까지 부과되면서 주민들은 이중삼중의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군기지 준공식을 박수 받으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일부 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와 관계없이 마을 발전을 위한 지원조례 제정 등 현실적인 마을발전방안을 수립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조경철 마을회장 등 임원진은 최근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 마을발전지원 조례 제정 등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마을회는 현재 커뮤니티센터(50억원) 건립, 농수산물 가공공장(100억원) 건립, 골세천 정비사업(46억원), 강정천 마을수익사업 등을 구상하고 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