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백상현] ‘생존 위기’ 맞은 동성애 비판 카페

입력 2016-02-01 20:16
중앙대 동성애자 동아리로부터 최근 보이콧을 당한 서울 동작구 흑석로 ‘나귀와 플라타너스’ 카페 전경. 강민석 선임기자
2012년 미국의 빵집 주인이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동성 커플에게 결혼 케이크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 법원은 2013년 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로 빵집주인에게 13만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동성애자들은 보이콧(불매운동)을 벌였고 빵집은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사건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앙대 동성애자 동아리인 ‘레인보우 피쉬’가 ‘나귀와 플라타너스’(이하 나귀) 카페를 상대로 보이콧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귀’가 동성애와 에이즈의 긴밀한 상관성을 밝힌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라는 영화를 상영했다는 이유에서다.

동성애자들은 성명서와 대자보에서 “캠퍼스와 불과 5분 남짓 떨어진 곳에서 성소수자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하려 한 대담한 시도는 절대로 용납되어선 안 되는 일”이라며 “‘나귀’의 행보는 우리를 넘어 우리와 함께하는 학생사회에 대한 도발행위”라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중앙대 교지·성평등위원회 등의 연대서명을 받아 ‘나귀’ 대표인 서동욱(48) 목사에게 항의문을 전달했다. 세계로선교회라는 캠퍼스 선교단체에 소속된 서 목사는 “동성애자들의 움직임 때문인지 매출이 점점 줄고 있다”면서 “적잖은 압박감이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주님께 나아가고 그분께 사로잡히는 계기가 됐다”며 담대하게 말했다.

동성애자들의 ‘공격’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동성애자들이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나귀’를 응원하기 위해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은 카페에서 정기모임을 가졌다. 동성애에이즈예방연구소는 오는 4일 토크콘서트를 개최한다.

‘나귀’는 선교 터전 사수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한국교회 또한 동성결혼 합법화 소송 저지, 차별금지법안 통과시도 저지, 국가인권위원회법 중 ‘성적 지향’의 법적 강제성 저지 등을 위해 영적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의 빵집 주인처럼 종교·사상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벌금형까지 맞지 않으려면 한국성도들은 ‘나귀’처럼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백상현 종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