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씨와 결혼합니다. 그만 헤어져 주세요.”
2013년 12월 갑자기 날아온 카카오톡 메시지에 A씨(여)는 아연실색했다. ‘○○○’는 자신의 남자친구 이름이었다. 메시지를 보낸 B씨(여)는 “결혼을 약속했다”며 A씨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믿었던 남자친구가 이른바 ‘양다리’를 걸쳤던 것이다.
A씨는 남자친구가 빌려간 2000만원을 대신 갚으라며 B씨에게 으름장을 놨다. 그러자 B씨는 다음날 1000만원을 보내왔다. 나머지 1000만원도 다음 달에 지급하겠다고 각서까지 썼다. 몇 주 뒤 B씨는 500만원을 추가로 보냈다.
‘양다리’ 남자친구는 그 사이 A씨와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B씨가 남은 돈 500만원을 보내지 못하자 A씨는 ‘다시 만나고 있다’며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냈다. B씨는 부랴부랴 5만원을 부쳤지만, 갈기갈기 찢긴 각서 사진만 돌아왔다.
A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싱글 맘인 B씨에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소문을 퍼뜨리겠다’며 욕설·협박을 퍼부었다. B씨 역시 욕설로 반박했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의 다툼은 법정으로 이어졌다. A씨는 남은 돈을 마저 보내라고, B씨는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1심은 “두 사람 모두 책임이 있다”며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부장판사 한숙희)는 1심을 파기하고 “A씨는 B씨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딸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B씨도 폭언으로 맞섰던 점 등을 고려해 청구액 500만원 중 200만원만 인정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한 남자의 ‘양다리’에… 법정 간 두 여자
입력 2016-02-01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