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엄마 뱃속에서 부모님 일자리 찾아준 ‘효자’

이탈리아의 작은 산골 마을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28년 만에 아기가 태어나는 경사가 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는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고원에 위치한 오스타나에서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아이가 태어나 잔치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오스타나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주민 수가 1000명에 달했으나, 2차대전 뒤부터 인적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일거리를 찾아 도시 등으로 떠나면서 1976년부터 87년까지 겨우 17명이 태어났고, 그 뒤부터는 아예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을에서는 추세를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젊은이들을 위해 마을회관에 식당과 상점, 술집 등을 열었다. 3년 전부터는 영화학교를 열어 매년 수십명의 학생을 유치했다. 또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왔다.

파블로 역시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아이의 아빠 호세 베르두고(36)와 엄마 실비아 로베레(41) 부부는 원래 대도시인 토리노에 살다가 일자리를 찾아 아프리카에 있는 프랑스령 레위니옹섬으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오스타나 마을에서 이들 부부의 새 일자리로 등산로 대피소 관리직을 주선하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이곳에 살게 됐다. 파블로가 태어나면서 누이 클라라(6), 엘리스(4)를 포함해 마을 주민은 총 85명이 됐다.

마을 대표인 자코모 롬바르도는 “소식을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면서 “꿈이 현실이 됐다”고 기뻐했다. 라스탐파는 마을 주민들이 파블로의 탄생을 축하하고 더 많은 출산을 기원하기 위해 출산의 상징인 ‘보자기 꾸러미를 물은 황새’ 조각상을 마을 입구에 세웠다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