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 탓으로 일관한 유 부총리 담화

입력 2016-02-01 17:26 수정 2016-02-01 21:22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관계부처 장관 합동 담화를 통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 달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의 성패가 구조개혁에 달렸고 이는 관련 입법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며 호소했다.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야당의 초당적 협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천명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읽힌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경제부총리의 대국민 담화는 처음이 아니다. 현오석·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도 각각 담화를 발표했다. 특이한 것은 세 번 모두 이른바 경제·민생법안 입법화가 골자라는 점이다. 현 전 부총리는 2013년 12월 26일 철도파업 관련 담화문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고, 최 전 부총리는 취임 직후인 2014년 8월 26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30개 경제법안의 표류로 경제적 피해가 엄청나다며 신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대국민 담화는 야당의 비협조로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경제부총리들의 안타까움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남 탓만 반복하는 책임회피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이번 유 부총리의 담화는 진정성 있는 대국민 청원이 아닌 전방위적인 날 선 비판이 주류라는 점에서 상당히 아쉽다. 그는 담화에서 야당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시·도교육감, 한국노총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정부는 열심히 일하려는데 이들이 발목을 잡는다는 내용을 다소 격하게 표현했다. 국민들을 상대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이들에게 호통을 치는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이러다보니 누리과정 예산 문제처럼 시각에 따라 논란이 맞서는 사안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등 논리적 허점도 드러냈다.

특히 유 부총리의 담화가 아쉬운 것은 그동안의 정책에 대한 자화자찬 일색이기 때문이다. 그가 정부의 업적으로 내세운 구조개혁 노력의 결실, 수출 세계 6위, 내수 회복 등은 국민들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가계부채 및 국가부채가 각각 1300조원과 600조원에 임박했고, 1월 수출은 6년5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하는 등 경제 현실은 무척 팍팍하다. 선방했다고 자랑하기보다 그동안의 정책 오류에 대한 성찰도 병행돼야 했다.

김종인 체제로 바뀌고도 ‘법안 발목잡기’ 구태가 여전한 더불어민주당도 문제지만 국민들을 질타하는 듯한 경제부총리의 ‘담화행정’ 역시 볼썽사납다. 담화의 본질은 자신의 견해를 호소력 있게 설득하는 것이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역효과를 낸다. 유 부총리의 담화가 그런 경우다. 경제를 걱정하는 마음 못지않게 대통령을 의식한 의도가 내포된 것은 아닌지 의심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