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규모의 금융 다단계 사기 사건이 적발됐다. 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인터넷 금융투자 플랫폼인 e쭈바오(租寶)의 실소유주 딩닝(34) 위청그룹 회장을 비롯해 관련자 21명이 지난 14일 검찰에 구속됐다. 2014년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e쭈바오는 그동안 중국 31개성에서 90만명 이상으로부터 500억 위안(약 9조1285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거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공안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e쭈바오 경영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내사를 벌인 결과 심각한 유동자금 경색을 겪고 있으며 모회사인 위청그룹이 대규모 자금 이체와 함께 증거인멸을 시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투자자 손실을 더 이상 키우지 않기 위해 지난해 12월 8일 딩닝 등 고위 임원을 체포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증거 인멸을 위해 e쭈바오 관계자들은 거래내역 등이 포함된 1200여권의 증거 자료를 80여개의 비닐 포대에 넣고 위청그룹 본사가 있는 안후이성 허페이시 교외에 지하 6m 깊이로 묻었다. 공안 당국은 이를 찾기 위해 2대의 굴착기를 동원해 20시간 동안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e쭈바오의 ‘미녀 사장’으로 유명한 장민 위청국제홀딩스그룹 총재는 “e쭈바오는 철두철미한 폰지 사기”라며 “투자자들의 자금을 e쭈바오가 전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회사 임원들 모두 알고 있었다”고 경찰에 증언했다.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이자나 배당금을 충당하는 대표적인 금융 다단계 사기 수법이다.
e쭈바오는 “1위안부터 투자, 언제든 회수 가능, 고수익 저위험” 등의 구호로 투자자들을 불러 모았다. 신화통신은 6개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 기간에 따라 9%에서 14.6%까지 수익 보장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e쭈바오 투자자 장모씨는 “10만 위안을 투자할 경우 은행에서는 1년에 2000위안 정도 이자로 받지만 e쭈바오의 14.6% 이자라면 1만4000위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시모씨는 “다른 예금 상품들은 만기 전 인출을 할 수 없지만 e쭈바오 상품들은 10일 전에도 가능했다”고 전했다.
e쭈바오가 공개한 운영 모델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온라인상에서 자금을 모집해 프로젝트 회사에 융자를 제공하고, 융자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e쭈바오의 융자 프로젝트 중 약 95%가 가짜로 드러났다. e쭈바오로부터 융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207개 기업 중 실제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단 1곳에 불과했다.
딩닝 회장은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룹 내 여성 임원 등에게 선물한 부동산과 차량 등의 액수가 10억 위안(약 1818억원)에 달한다. 장민 사장에게만 싱가포르에 1억3000만 위안(약 237억) 규모의 호화 빌라를 사줬고, 1200만 위안(약 21억8000만원)짜리 핑크다이아몬드, 현금 5억5000만 위안(약 1000억원)을 선물했다. 자신도 한 달에 100만 위안(약 1억8000만원)을 지출하는 사치 행각을 벌여왔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말 인터넷 금융 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발표하는 등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금융리스크 관리를 올해 경제업무의 최우선 사항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90만명 투자받아 호화생활… 中 9조원대 금융사기
입력 2016-02-01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