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수요 늘고 ‘사는’ 수요 준다… 저성장 시대 경제 새 패러다임

입력 2016-02-02 04:05

전 세계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사는’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세계 모든 곳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쓰는’ 서비스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주요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이런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가장 상징적인 흐름은 그동안 시가 총액 1위를 달리던 애플의 자리를 조만간 알파벳(옛 구글)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미국 야후 파이낸스가 집계한 뉴욕 나스닥 시장 종가를 기준으로 애플 시가총액은 5397억 달러, 알파벳은 5236억 달러였다. 둘의 차이는 161억 달러(2.98%)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아이폰 판매가 정체되는 모습을 보인 데 이어 1분기 실적까지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반면 구글은 검색, 광고 등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애플 주가는 2014년 말 이후 12% 하락했으나 알파벳 주가는 43% 상승했다. 미국 월가에선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알파벳이 시총 1위로 등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파벳은 구글을 비롯해 IT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다. 애플의 경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강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기기를 파는 업체다. 알파벳이 시총 1위에 오르는 건 하드웨어 시대가 지고 소프트웨어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런 변화는 표면적으로는 경기 침체에 있다. 애플이 ‘3D 터치’와 ‘라이브 포토’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내세웠음에도 아이폰6s는 과거만큼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6, 갤럭시 노트5도 제품 자체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판매는 과거만큼 많지 않았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사람들의 경제 활동이 ‘소유’ 중심에서 ‘사용’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은 월활동사용자 15억9000만명을 기반으로 광고 매출을 끌어올려 지난해 전년보다 52% 매출이 늘었다. 국내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도 검색 광고 등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최초로 연간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이미 전 세계 경제는 ‘우버 모멘트(Uber moment)’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버 모멘트란 우버의 등장으로 기존 택시 산업이 붕괴된 것처럼,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기존 산업 체제가 송두리째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각종 서비스는 이미 활성화 단계다. 핀테크,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 하나를 팔아서 성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면서 “제품을 활용해 서비스로 연결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