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31일(현지시간) 민주당과 공화당의 주요 후보들은 밤늦도록 유세현장을 누비며 막판까지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양당의 1, 2위 후보들이 모두 박빙의 승부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더욱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다.
박빙의 승부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변수는 기상악화다. 코커스가 시작되는 1일 오후 7시(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부터 눈발이 날릴 것으로 예보돼 있어 지지자들이 투표소로 가려던 발길을 돌릴까봐 캠프마다 비상이 걸렸다. 후보들은 저마다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투표 결과는 이날 밤 11시쯤(한국시간 2일 오후 2시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힐러리-샌더스, 이메일 충돌=민주당의 선두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메일 스캔들을 진화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반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그동안 이메일 논란만큼은 클린턴 전 장관에 관대한 입장이었으나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공세를 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내가 (국무장관 재직 시) 주고받은 이메일에 기밀로 분류된 정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기밀정보를 매우 진지하게 다뤘다”며 “국무부의 기밀시스템에서 기밀정보를 빼내 기밀을 취급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옮길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샌더스 의원은 CNN 방송 인터뷰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고 싶지 않다. 그런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미국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해 사실상 클린턴 전 장관을 공격했다. TV토론에서 “그놈의 이메일 지겹다”며 클린턴 전 장관을 옹호하던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트럼프-크루즈, 앞다퉈 교회 출석=공화당의 선두다툼을 벌이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날 경쟁적으로 교회를 찾았다. 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강한 복음주의 기독교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트럼프 후보는 아이오와주 남서부 도시인 카운슬 블러프스의 한 초교파 교회에서 열린 주일 예배에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트럼프 후보는 그러나 예배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성찬식에 쓰이는 은접시를 헌금용 접시로 착각해 주머니 속에서 몇 장의 지폐를 꺼내 올려놓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크루즈 후보는 웨스트 디모인시의 루터파 희망교회에서 가족과 함께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크루즈 후보는 예배가 끝난 뒤 교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스마트폰 촬영에 응하는가 하면 일부 지지자들과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트럼프와 크루즈가 ‘결전’을 하루 앞두고 교회로 향한 것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표심 향배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2년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여한 공화당 유권자의 57%가 자신을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당시 하위권이었던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이 ‘돌풍’을 일으킨 데에는 이들의 열성적 지지가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8년 침례교 목사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하는 데에도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디모인(아이오와)=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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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02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