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더 나간 국방부… 한반도 ‘사드’ 배치 굳히기

입력 2016-02-01 22:19

국방부가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입장을 점점 더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실시로 조성된 한반도 안보위기를 활용해 사드 배치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상균 신임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와 우리 군이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을 중첩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L-SAM과 사드는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별개로 본다”며 “우리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중첩 운용할 수 있다면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3월 국방부가 밝혔던 입장과는 배치된다. 당시 국방부는 사드배치 계획이 없다며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L-SAM과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었다.

L-SAM은 군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구축 중인 킬체인·KAMD의 핵심요소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고도 50㎞ 이상에서 요격하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이다. 현재 탐색개발이 진행되는 단계로, 군은 2018년까지 이를 마무리한 뒤 2020년대 중반쯤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M-SAM은 고도 20∼50㎞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이미 실전에 배치돼 있다. 이보다 낮은 고도로 접근하는 적 미사일에는 패트리엇 미사일(PAC-3)로 대응한다. PAC-3는 탄도탄도 파괴할 수 있도록 PAC-2를 개량한 요격미사일이다. PAC-2에 대한 개량작업도 2020년쯤이면 마무리된다. 군의 구상대로라면 2020년쯤 L-SAM이 실전 배치돼 적 미사일 공격에 대한 3단계 대응이 가능해진다.

그간 군 당국은 L-SAM이 사드 기능을 대신할 수 있어 굳이 사드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L-SAM 개발에 1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해 1개 포대 배치에 2조원 정도가 필요한 사드를 도입한다면 중복투자가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국방부의 입장은 최근 바뀌었다. 사드와 L-SAM의 체계가 달라 별개 방어망으로 서로 보완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군이 L-SAM 개발 취지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군사전문가들은 L-SAM과 사드가 함께 배치되면 그만큼 여러 차례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효율적인 방어망이 구축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고도 40㎞ 이상 최고 150㎞까지 대응할 수 있는 사드가 배치되면 사실상 L-SAM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L-SAM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요격 미사일이지만, 사드는 미국이 수차례 성능시험을 해 왔고 미 본토와 괌 미군기지에 실전배치 된 상황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 뒤 우리 군에도 사드 도입을 압박한다면 L-SAM 개발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